오늘은 등 뒤에서 오는 발소리만으로도 안다네

오는 너 때문에 내 쪽이 환해지네

그것은 멀리 맴돌며 간절했었다는 뜻

실로 우리는 얼마나 잦게 기다리고 외롭고 왜소한가

활엽수 곁에서

오늘은 가을의 가녀린 소리에 맞춰

우리네처럼 잎사귀 지는 것 보네





감상) 며칠 동안 계속되는 비로 무엇이든 축축하다. 바스라질 것 같던 한낮이 아무리 문질러도 소리조차 없이 눅눅하다. 이럴 때 생각해보는 것이다. 흩어진 혹은 멀어진 우리의 영혼에 관해, 무엇이든 하늘 아래로 떨어져 내릴 듯 축축한 중력을 가졌으므로 우리의 떠도는 영혼도 지상 그 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