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조개 단백질 역할 규명

풍요와 다산의 상징, 진주는 진주조개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이 진주층으로 감싸지면서 만들어진다. 오색찬란한 광택의 보석으로 바뀌는 이 과정은 아직까지도 비밀에 휩싸여 있어 그 신비로움을 더한다. 진주를 구성하는 진주층은 진주조개 껍질의 안쪽에 위치하며 영롱한 빛깔을 가질 뿐 아니라 바위보다 단단한 복합재료로 되어 있어 뼈 이식재, 인공 임플란트, 화장품 첨가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 형성의 신비가 풀리지 않아 아직까지 소재로서의 활용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총장 김도연)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와 충남대 응용화학공학과 최유성 교수 공동연구팀은 진주층을 구성하는 무기물 성분인 탄산칼슘 미네랄이 만들어질 때 유기물인 진주조개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즈(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왼쪽)와 충남대 응용화학공학과 최유성 교수 공동연구팀.
탄산칼슘 미네랄을 주성분으로 구성된 진주층은 일반 탄산칼슘보다 100~1000배 가량 단단해 학계에서는 바이오소재로서의 높은 활용성을 기대해 왔다. 진주조개는 이러한 진주층을 만들기 위해 탄산칼슘 전구체를 조개의 내장 덩어리를 둘러싼 외투막의 상피세포에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탄산칼슘 전구체가 세포 안에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 진주조개가 어떻게 이를 안정화하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포스텍-충남대 공동연구팀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얻은 진주조개 단백질 ‘Pif80’으로 탄산칼슘 전구체를 안정하게 형성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또한, ‘Pif80’은 결정질 탄산칼슘이 평평한 판 모양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다각형의 판 모양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진주층을 형성하는데 유기물인 단백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를 주도한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주층 바이오미네랄 형성 조절 과정의 전반에 관여하는 진주조개 단백질의 핵심 역할을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인공 뼈, 인공 치아 등 진주층을 이용한 새로운 생체 재료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 출원을 통해 이미 원천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해양수산생명공학 R&D 사업 중 ‘해양 섬유복합소재 및 바이오플라스틱소재 기술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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