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정부는 살인자고 약탈자다. 이에 대한 보복은 폭력 뿐이다” 세금에 불만을 가진 미국의 50대 사업가가 홧김에 자기 집에 불을 지른 후 곧바로 경비행기를 몰고 ‘가미카제’처럼 미국연방국세청(IRS) 건물로 돌진, 자신과 국세청 직원 2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그가 남긴 유서에 담긴 말이다.

“세금고지서 앞에서 행복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을까. 아인슈타인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소득세를 이해하는 것”이라 했다.

세금이 주는 압박감은 수백 년 내려온 문화와 관행까지 바뀌게 한다. 1688년 명예혁명으로 영국 왕이 된 윌리엄 3세는 쫓겨난 제임스 2세 추종자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득세를 올리려다 귀족들이 저항하자 ‘창문세’를 신설했다. 창문이 6개가 넘는 부자들의 주택에 별도로 세금을 매겼다. 영국 귀족들은 세금을 내는 대신 창문을 벽돌이나 나무로 막아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이후 영국에선 집을 지을 때 아예 창문을 내지 않아 실내가 어두컴컴한 건축양식이 자리 잡았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개혁군주였지만 세금엔 인정사정이 없었다. 군대육성자금 마련을 위해 모자에 붙이는 ‘모자세’, 빨래하는데 물리는 ‘빨래세’, 턱수염에 매기는 ‘수염세’ 등 온갖 세금을 만들어 내 세금을 물렸다.

세금의 역사는 혁명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창문을 메우는 소극적인 저항뿐 아니라 민란, 혁명 등 적극적인 저항이 이어졌던 것이다. 세금은 숨겨놓은 재화를 꺼내 쓰거나 맡겨놓은 돈을 찾아오는 게 아니다. 국민과 기업이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얻은 수입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거둬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증세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여권이 언어 유희로 증세대상자들의 염장을 질러 민망하기가 그지없다. ‘핀셋증세’, ‘슈퍼리치 증세’에 이어 ‘명예과세’, ‘사랑과세’, ‘존경과세’, ‘착한과세’ 등 작명놀음에 희희낙락이다. “세금은 이슬비에 옷 젖듯 소리 없이 거둬야 한다”는 금과옥조가 비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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