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슈퍼리치’, 즉 초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재정확대를 통해 소득재분배에 활용한다는 이른바 ‘부자증세’ 안을 추진한다. 이를 두고 국회 내에 정당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지난 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증여법 등 13개 세법의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 관련 주요 내용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 대주주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 단계적 축소, 대기업의 각종 세액공제 축소 등이다. 아울러 근로 장려금 지급액을 최대 250만 원으로 확대하고 월세 세액공제율도 12%로 인상하는 등 서민층에 대한 세제 혜택 역시 강화했다. 국무회의를 의결 절차가 남았지만 9월 정기 국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소득세의 경우 연간 5억 원 초과 구간의 명목 최고세율이 현재 40%에서 42%로 2%포인트 오른다. 이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나는 납세자는 9만3천 명(연간 2조2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법인세는 과표 2천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했다. 전 정부들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린 것과 대조된다. 28년 만이다. 최고세율 부과 대상 기업 수는 129개(연간 2조5천600억 원)로 전체 법인 약 59만 개중 0.02%로 집계됐다.

정부는 증세로 확보한 재원을 풀어 낮은 소득자들의 소득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법개정안은 저성장·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개선에 역점을 두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위한 세입기반 확충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세법개정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금이 연간 5~6조 원가량 증가하는 반면 서민층, 중소기업 세금은 8천억 원가량 감소해 연간 5조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 정부 임기 5년으로 계산하면 추가 세입이 24조 원이 된다.

정부 세정 취지는 원론적으로 맞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재원 178조 원의 13.5%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정도 재원으로는 애초 목표는 달성하기 힘든 반면 증세 대상자들의 반발이나 경제활동의욕을 꺾는다는 점이다. 다만 부자증세가 조세 부담의 형평성 개선에는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몇 주 사이 정부 여당이 너무 조급하게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한다. 바른정당 김용태 국회의원은 이를 ‘포퓰리즘 독재’라고 비판한다. 현 정부가 법인세 인상 등 기업활동 위축 정책을 계속 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는 국내 기업주들이 한국을 벗어나서 기업 하기 좋은 외국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것이 기우에 그치도록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심도 있는 논의로 보완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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