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여대생 3명 올라가 셀카
방송시스템 노후 등 제기능 못 해···CCTV 관제요원도 부족한 실정

국보 제31호 첨성대에 여대생 3명이 올라가 사진을 찍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주시 CCTV관제센터 제공
국보인 첨성대에 여대생들이 올라갔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해 천년고도 경주에 산재한 주요 문화재 보호를 위한 보다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일 자정께 국보 제31호인 첨성대에 술에 취한 여대생 3명이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주 인근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마친 후 술을 마시고 첨성대를 찾았다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우발적으로 첨성대에 올라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 일행은 이날 관람과 사진 촬영의 편의를 위해 낮게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 첨성대에 다가가 차례대로 벽돌을 밟고 첨성대에 오른 후 관측 창문에 걸터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하지만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5분여 만에 현장에서 붙잡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술김에 한 행동으로 깊이 반성한다’고 진술했다”며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첨성대를 관리하고 있는 경주시는 긴급진단을 벌인 결과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술 취한 여대생 3명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올라가 사진을 촬영한 첨성대는 현재 경주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보 제31호 첨성대에 여대생 3명이 올라가 사진을 찍다 경찰이 출동하자 내려오고 있다. 경주시 CCTV관제센터 제공
경주시에 따르면 첨성대 관리는 오전 9시 개방부터 오후 11시 문을 닫을 때까지 기간제 근로자 2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첨성대 조명이 꺼지고 관리원도 퇴근하는 오후 11시부터는 훼손을 제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보호장치 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이 시간은 CCTV 관제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관제요원 등으로 제대로 모니터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경주시 CCTV 통합관제센터는 11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이 2천여 개의 CCTV를 관리하면서 1명이 평균 200여 곳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첨성대를 비롯해 오릉, 이견대 등 경주지역 주요 문화유적지에는 방송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노후 등의 문제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시민은 물론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문화재 사랑에 대한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첨성대를 비롯한 주요 문화재에 설치된 방송장비 등의 설비를 더욱 보강해 우리들의 소중한 문화재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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