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에 태풍도 빗겨가···평년보다 7℃ 이상 상승
포항양식장 14곳 강도다리 등 12만7천여마리 폐사

고수온 특보 발령 해역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경북 동해안 수온이 사상 유례 없는 고온을 보여 양식어장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0℃ 내외에 머무르던 예년과 다르게 29℃까지 치솟으면서 아열대 바다를 방불케 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7일, 현재 국내 연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2~7℃ 정도 높고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보다도 2~3℃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수산과학원 실시간 수온 관측시스템에는 포항 구룡포 29.3℃, 경주 월성 28.7℃, 울진 나곡 29.2℃, 영덕 병곡 27.9℃의 분포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6일 오전 10시를 기해 포항 호미곶 횡단에서 경남 통영 수우도 서방 종단까지 고수온 경보를 발령하고 울진 북방 횡단에서 포항 호미곶 횡단까지 고수온 주의보를 내렸다.

수심이 깊은 동해는 8월 초 평균 수온이 20~22℃에 머무르고 냉수대 발생 시 10℃ 아래로도 떨어지기도 했지만 올해는 평년보다도 5~7℃ 높은 상태를 나타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포항 구룡포는 2.7℃, 영덕은 2.5℃가 높다.

현재 동해안 수온인 27~29℃는 아열대 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바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 동부 연안 수온도 예년(23~25℃)보다 3~5℃나 상승해 27~29℃에 달하는 등 남해와 서해도 고수온 현상이 일어났다.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서는 일시적으로 30℃가 넘는 수역도 있다고 수과원은 밝혔다.

올해 이처럼 연안 수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가 이어지다 일찍 끝났고 한차례의 태풍도 오지 않은 데다 대마난류의 세력이 유난히 강한 현상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고수온 현상이 발생할 당시에도 장마가 끝난 뒤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올해는 장마가 열흘가량 앞당겨 끝나면서 수온상승 시기도 빨라졌다.

또 태풍이 오면 표층의 더운물과 저층의 차가운 물이 뒤섞여 수온이 내려가지만 아직 한차례도 태풍이 연안에 접근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수온이 내려갈 기상요인이 없을 것으로 보여 연안 수온은 점점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제5호 태풍 노루가 동해 먼바다로 통과하면서 동해연안은 북풍·동풍 계열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 연안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데다 남부지방에 내릴 것으로 예측된 강우가 수온을 내릴 정도의 양은 아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고수온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자 양식업계는 비상이 결렸다.

통상 바닷물 온도가 1℃ 올라가면 육지에서 10℃가 상승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해양 생물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연안에서 기르는 넙치 등 대부분의 어류는 온대성으로 급속한 수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기 쉽다.

현재 포항에서만 7일 현재 14개 양식장에서 강도다리와 넙치 등 12만7천764마리가 폐사해 9천54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수과원 관계자는 “고수온 특보발령해역의 양식장은 사료 공급을 멈추고 용존산소 공급, 차단막 설치 등 양식장 관리를 통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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