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판정 당해도 선수·감독 요청 권한조차 없어
명백한 오심 퇴출 도입 취지 걸맞는 제도적 보완 시급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지난 7월부터 K리그 클래식에 도입한 비디오판독(Video Assistant Referee·VAR)시스템이 심판의 또 다른 전횡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연맹은 지난해 3월 IFAB(국제축구평의회)가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명백한 오심을 없애기 위해 비디오 판독(VAR)을 승인함에 따라 올 7월부터 K리그 클래식에 도입했다.

연맹이 VAR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축구계에서 발생했던 경기매수·승부조작·편파판정 등으로 인한 스포츠의 진실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심판의 권위 변화보다 경기의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자 말자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울산-수원전에서 이종호의 골이 무효선언됐으며, 인천-광주전에서는 인천 웨슬리의 헤딩골이 오프사이드로 번복되고, 광주 박동진의 팔꿈치 사용으로 최초 경고에서 VAR을 통해 퇴장으로 번복되는 등 판정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현 제도상 비디오 판독의뢰 권한이 주심과 영상판독심판에게만 있기 때문에 자칫 전횡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PK 또는 득점상황과 즉시퇴장상황과 관련한 판정시 명백한 오심시 영상판독심판의 권고나 주심의 판단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

반면 VAR이 필요할 만한 상황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이나 억울함은 선수나 팀에 있지만 이들이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경고나 퇴장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결국 심판에게만 힘이 있고, 선수나 팀은 심판의 판정만 바라보는 격이 되는 셈이어서 모든 경기가 선수들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심판에 의한, 심판을 위한 판정’으로 이뤄지게 한 것이다.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포항-광주전은 이같은 문제점을 확연히 드러냈다.

지난 2일 열린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포항-광주전 후반 15분 포항 무랄랴가 포항 박스 옆 라인부근서 태클하는 과정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하자 김우성 주심이 프리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경기가 진행된 지 2분 가량 지나 김오성주심이 VAR을 신청, 결국 무랄랴가 박스 안쪽에서 핸드볼 파울을 했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해 광주 완델손이 골을 넣었다.

문제는 최초 파울 당시 프리킥 상황을 줬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다 재차 비디오 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을 선언, 광주에 두 번의 슛찬스를 줬다는 점이다.

현행 VAR규정상 ‘명백한 오심시 비디오 판독을 하며, 명백한 오심이란 ‘선수·지도자·미디어·관중 등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판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할 만한 판정’이라고 명시해 놓은 만큼 그 같은 요건을 충족시켰는지와 왜 곧바로 VAR을 요청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여기에 무랄랴가 슬라이딩 태클을 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볼이 어깨에 닿았기 때문에 의도성 있는 플레이가 아니었음에도 핸드볼 파울을 준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이었느냐의 문제도 제기된다.

상황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후반 22분 광주진영 오른쪽에서 손준호가 문전으로 프리킥한 상황에서 광주 송승민이 박스내에서 핸드볼 파울로 추정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배슬기 등이 핸드볼 파울을 심판에게 제기했고, 이를 정면에서 바라본 관중들도 핸드볼 파울을 주장했다.

하지만 김우성 주심은 이를 묵살한 채 경기를 진행시켰다.

포항으로서는 이에 앞서 후반 20분 포항 완델손이 광주 박스 안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넘어지자 무랄랴가 비디오 판독요청 사인을 보내다 경고를 받았던 터라 더 이상의 항의를 할 수가 없었다.

즉 공정한 판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VAR이 제도상의 미비점을 앞세워 심판들의 전횡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따라서 프로축구가 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VAR을 도입했다면 실질적 판정 피해자인 팀의 입장에서 비디오 판독요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비디오 판독시스템을 도입한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매 경기마다 팀당 2회의 비디오 판독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판정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공정성까지 얻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즉 프로축구 역시 팀당 전·후반 각 1회씩 VAR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왕에 도입한 제도의 성과를 극대화시켜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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