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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홍아 금홍아 뒤척이는 건 마음일까 그림자일까 네 품에선 세상 어둠이 환해져 어둠의 흰 뼈들이 바스락거리지 금홍아 금홍아 눈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 누구나 긴 골목 끝에 집 한 채씩 지어두는데 아, 저 언덕배기 내 헐한 창문은 캄캄히 젖어있네 책보만한 달빛도 안 드는 꽃무늬 방에서 하루 종일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아무리 되뇌어도 나는 한 구의 <에피그램>도 못 얻는데, 금홍아 금홍아아 왜 넌 돌아오지 않는 거야?

(후략)

*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




감상)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녀에게 애인이 생겼다. 잠들 수 없는 나날이 즐거워 밤이 언제부터 이렇게 새하얗게 아름다웠니.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게 신기해. 그게 뭐 별 거라고… 별 거라고…양 한 마리 우리에 그려 넣으면 다른 한 마리가 우리를 빠져 나오는 긴 여름 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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