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가습기살균제 피해 첫 공식사과

문 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위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임성준 군과 어머니 권은진 씨와 얘기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정부가 예방하지 못했고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흡입시 독성이 있는 살균제가 생산·판매된 2000년 김대중정권 이후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 등 15명을 초청, 면담을 갖고 이같이 사과하고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과 제조기업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며 “오늘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 자책감, 억울함,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절규하시는 그런 부모님들 모습을 봤다. 정말 가슴 아프게 마음에 와닿았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특별피해구제계정에 일정부분 정부예산을 출연, 구제 재원을 늘리고 입법 등 재발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법제처는 국정과제 입법의 하나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살생물제법)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유해생물을 제거하거나 무해화(無害化)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살균제, 살충제 등 살생물제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 누출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승인제도를 도입, 예방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소관이던 위해우려 제품에 대한 사항을 살생물제법으로 이관해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관리하는 등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 안전관리를 체계화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부터 준비됐지만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포함하면서 힘이 실렸다.

이날 면담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해 산소통에 의지해 살고 있는 임성준군(14)을 비롯해 권은진·최숙자·김미란·조순미·김대원씨 등 피해자 가족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한 사람 한 사람 위로를 건네자 울음을 터뜨리며 문제해결을 호소했다.

정부에선 김은경 환경부 장관, 국회 가습기살균제특위 위원장을 지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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