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지만 더위는 더욱 기세를 부리고 있는 날 오후.

‘해파랑길을 걷다’ 이번주 코스의 시작을 구룡포 해수욕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루에 일만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다는 구룡포해수욕장.

백사장은 평일이지만 휴가를 즐기려는 가족 나들이객들과 연인 등의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주말에는 더위를 피해 얼마나 많은 사람으로 백사장이 북적일지 생각해 봅니다.

구룡포7리교를 건너 바닷가 언덕 위에 올라 봅니다. 언덕은 동쪽으로는 바다 남쪽으로는 구룡포 해수욕장, 북쪽으로는 구룡포 삼정리 주상절리를 한눈에 내다 볼 수 있습니다. 언덕 위 벤치에 앉아 해수욕장과 바다, 그리고 주상절리의 그림 같은 모습들을 두 눈 가득히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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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삼정리 주상절리

주상절리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길을 재촉합니다. 구룡포 삼정리 주상절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화산이 폭발하는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 형상입니다. 경주 양남의 주상절리와는 또 다른 멋이 있는 삼정리 주상절리 모습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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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풍대(觀風臺)


동쪽 바다에서는 보기 드문 섬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삼정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관풍대(觀風臺)라고도 하며 소나무가 울창하고 경치가 아름다워 바람 맑고 달 밝은 밤이면 신선이 놀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섬까지 방파제가 연결되어 있어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오는데요. 섬 입구에는 횟집 하나가 성업 중입니다.

한반도 동쪽의 끝을 향해 걸었습니다. 한반도 동쪽 땅끝임을 표시하는 표지석이 있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석병리 포구 쪽에 있는 언덕을 오르고 펜션을 지나쳐 정리되지 않고 험한 길을 걸어서야 표지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표지석은 사유지인 양식장 끝에 있어 양식장 주인장의 허락을 구하고 표지석에 가까이 가 봅니다.

끝이라는 단어가 가진 묘한 울림과 한반도가 그려진 지구본 모양의 표지석..그리고 끝없는 바다. 형용할수 없는 감정들을 추스르고 다시 먼 길을 나섭니다.

먼 길을 돌아 도착한 호미곶은 이번 코스이 마지막 종착지입니다. 호미곶에는 일출로 유명한 ‘상생의 손’ 조각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호미곶 등대가 있습니다. 호미곶 등대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 39호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호미곶 등대에는 우리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1901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에서 러시아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요. 일본의 실습선이 염탐을 위해 대보리 앞바다를 지나가다 암초에 부딪쳐 전원이 익사한 사건이 이었습니다. 일본이 그 사건의 책임을 고스란히 우리 정부에게 떠넘겼습니다. 이를 계기로 빚까지 내가며 세운 등대가 호미곶 등대였습니다.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바다를 밝히는 등대로 우리나라의 해양안전을 책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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