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친 나무의 혀다
나무라면, 나도
주걱으로 마무리되고 싶다
나를 패서 나로 지은
그 뼈저린 밥솥에 온몸을 묻고
눈물 흘려보는 것, 참회도
필생의 바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뜨건 밥풀에 혀가 데어서
하얗게 살갗이 벗겨진 주걱으로
늘씬 얻어맞고 싶은 새벽,
지상 최고의 선자에다
세 치 혀를 댄다, 참회도
밥처럼 식어 딱딱해지거나
쉬어버리기도 하는 것임을,
순백의 나무 한 그루가
내 혓바닥 위에
잔뿌리를 들이민다
감상)새벽비다. 저 비는 생을 마친 얼음의 눈물이다. 저 비에 손을 대면 얼음의 그 슬프고 막막한 삶이 내 안으로 그대로 옮겨와 나도 한나절 정도는 얼음이 되곤 하는 것이다. 오늘 새벽 아직 다 울지 못한 누군가 울고 있다. 저 비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