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차의 운전자는 제동장치와 조향장치 등을 정확하게 조작하고 도로의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해서는 안 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그렇게 정했다.

횡단 보도와 인도가 없고 폭이 좁은 주택가 도로를 운행하다 사람을 치어 다치게 했을 경우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을까.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났다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면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구지법이 내린 판결이 그렇다.

대구지법 제7형사단독 오범석 판사는 지난 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3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교통 상황을 잘 살피지 않고 운전하다 진행 방향 우측 도로에서 퀵보드를 타고 가던 6살 남자 아동의 등 부분을 충돌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고 구호조치도 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시께 발생했다.

A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양쪽에 다수의 차량이 도로 일부분을 차지한 채 주차한 상태인 경북의 한 주택단지 내 도로를 평균 22.3km/h의 속도로 운행하던 중 사고 지점으로부터 10m 앞에서야 B군(6)과 누나가 퀵보드를 타고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발견 직후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서행 상태로 이들을 지나칠 무렵 B군이 승용차와 나란히 달리다가 우측 뒷좌석 문 부위로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발견했을 당시 즉시 제동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판사는 “피고인이 상당 부분 서행한 상태로 사고 지점을 통과했다면 그 주의의무는 다한 것으로 보이고,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면서 “피고인 승용차 쪽으로 넘어져 부딪친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교통사고에 있어서 운전자에게 무과실 책임까지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오 판사는 특히 “오히려 퀵보드를 타던 아동의 과실이 주된 원인이 돼 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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