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넘어지려는 힘으로 나아간다

넘어져 일어서려는 힘으로 달린다



나는 일 초에 수백 번 넘어진다

수백 번 넘어져 수백 번 일어선다

정확히 넘어진 수와 같은 수만큼 일어선다

더 많아도 더 적어도 균형을 잃는다



자전거는 선을 따라 달리는 게 아니다

선을 내면서 달린다

앞바퀴가 그린 선은

뒷바퀴에서 일어서면서 자전거를 밀고 간다

(후략)




감상) 보고 있나요 첫 가을비, 누군가의 문자가 날아왔다. 불편하고 불쾌한 비가 첫 가을비가 되었다. 나는 아무런 불평 없이 빗속으로 들어간다. 빗속에서 지나간 가을과 다가 온 가을을 본다. 지나간 가을이 만들어 놓고 간 길 위에 다가 온 가을이 발 구르고 있는 것을 본다. 가을은 빗속에서 떨어지려는 안간힘으로 일어선다.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