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비가 내려" 궁색한 해명···"청와대 입김 있었나" 추측 무성
지역민 정부 국방정책 불신 고조···북한 도발 맞물려 국민불안 확산

사드 환경영향평가가 예정된 10일 경북 성주 소성리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민들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환경영향평가는 기상악화로 인해 취소됐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정부의 잇따른 사드 배치 혼선으로 국론 분열과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연일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와 환경부가 예고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기지의 전자파·소음 측정이 연기됐다.

10일 오전 8시 30분께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입구 소성리 마을에 사드 배치 반대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시간 국방부가 돌연 전자파 측정을 연기했다. 구체적 설명 없이 날씨 사정 등을 핑계로 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에 일반 환경영향평가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를 최종결정하겠다고 했다가 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도발에 따른 강력한 대북제재의 하나로 사드 체계의 잔여 발사대 4기를 긴급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곧바로 성주기지의 발사대 임시운용을 위한 보완공사와 이에 필요한 연료공급, 주둔 장병의 편의시설 설치 등과 함께 전자파 측정 등 일련의 상황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이후 환경부와 국방부가 기자단과 주민 등이 참여해 국민적인 의혹을 풀기 위한 전자파 측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는 환경부가 비 때문에 전자파 측정을 연기했다고 했지만,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말들이 흘러 나왔다.

국방부 역시 환경부의 연기 방침에 대해 날씨 때문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각에서는 비가 내려 헬기 운항이 어려워 취소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같은 측정 연기 사유가 비 때문이라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10시 30분 국방부는 “지역민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노력을 더해 향후 별도계획에 의해 (전자파 측정 등) 현장 조사를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주 주민들은 “야단법석, 갈지자란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육로진입은 반대 단체, 공중으로는 비로 인해 계획을 변경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주민설득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이전의 여러 상황과 비교했을 때 사드반대 단체 인원과 경찰 인원이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현장조사 연기와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도 했다.

전자파 측정 연기에 대해 지역민들은 “국가 존망과 관련되는 국가 방어와 관련된 사안이 이렇게 번복이 잦아서야 국민이 국방부는 물론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라고 입을 모았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전자파·소음 측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정부 정책으로 진행한 과정 자체가 허술하고, 경솔하게 번복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의 “사드 잔여 발사대의 임시 추가배치도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이전과 다른 공식발표가 청와대와 정부의 소통에 따른 것인지도 불분명해 보인다는 여론이 분분하게 일고 있다.

지역민들은 “의구심의 완벽한 해소를 위해 정부 차원의 분명한 공식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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