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확증 편향성이라 한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인데, 정보의 객관성과는 상관이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공정하다며 재협상을 하자는 한미 FTA에 대해 체결 전 흉흉한 괴담들이 돌았다.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되면 식품과 의료, 화장품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우병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약하다, 미국인들도 광우병 때문에 호주산 쇠고기를 먹는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조미료도 위험하다” 등의 괴담이 돌았다. 심지어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숭숭 구멍이 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런 소문이 퍼진 데는 광우병 피해에 대해 과장 보도한 일부 언론의 책임도 컸다. 

세월호 참사 때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괴담이 확산 됐다. 정부가 참사 원인을 불법 증축으로 인해 약화된 선체 복원력, 규정의 두 배가 넘는 과적, 짐을 더 많이 싣기 위해 빼버린 평형수 등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온갖 루머가 돌았다. ‘자로“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여러 자료를 제시해가며 ‘외력에 의한 침몰’이라는 주장을 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면서 의혹이 괴담으로 변해갔다.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의 모습에서는 외력에 의한 침몰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괴담도 흉흉하다. “레이더 전자파로 인해 성주지역 주민이 다 암에 걸린다, 여성은 불임이 될 것이며 태어나는 아기는 기형아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괴소문이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성주 사드기지 내 레이더 전자파를 측정해 봤더니 전자파 순간 최댓값 0.04634W/㎡로 인체 보호 기준 10W/㎡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도 사드 반대를 외치는 쪽에서는 믿을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확증 편향성이 심한 경우다. 지난 정권 때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집단적 확증 편향성이 발현되면 국정을 뒤흔들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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