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 이제그만] 1. 군위 한밤마을 지역활성화센터·축구장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세금이 낭비된 사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지켜만 보기에는 줄줄 세는 혈세의 폭이 작지 않다.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이에 경북일보 순회취재팀은 경북 지역의 세금 낭비 사례를 집중 보도한다.

그 첫 순서로 농촌 마을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66억 원을 들인 군위 한밤마을의 시설이 애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거나 부실하게 운영되는 실태를 짚어봤다.

지난 9일 오후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와 남산리 일원 한밤마을.
540가구 1천여 명이 사과 농사를 주로 짓는 이 마을에 2012년 들어선 784㎡ 규모의 지역활성화센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역과 협의를 거쳐 사무실과 정보화실, 체육시설, 식당, 창고 등으로 사용하라며 21억 원을 투입해 만든 곳이다.

웅장한 외관을 뒤로하고 내부에 들어가니 사무실에는 대구의 한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 어린이집 원생들이 생활하며 내놓은 빨랫감을 널은 건조대가 즐비했고, 운동기구를 설치하려 했던 체육시설도 선교원의 거주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정보화실이라 이름 붙인 공간에는 컴퓨터 한 대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이 건물의 운영을 위·수탁받은 한밤마을 운영위원회가 엉뚱하게도 종교단체에 공간을 내줬기 때문이다.

한밤고을권역 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6억 원을 들여 동산천공원에 만든 인조잔디 축구장은 마을 사람들이 아닌 인근 펜션 이용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마을 운영위가 펜션 소유주에게 연 300만 원을 받고 축구장 관리와 사용권을 넘긴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밤마을 농가의 소득을 돕기 위해 1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농산물처리장(저장창고)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저장창고를 소유하고 있어서 찾는 이가 없는 실정이다. 10억 원짜리 문화학교 역시 방문객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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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에 있는 21억 원 짜리 지역활성화센터는 웅장한 외관과는 달리 대구의 한 종교단체 선교원으로 활용되고 있고(사진 상단 왼쪽), 10억 원을 들인 농산물처리장은 농가가 외면해 방치되고 있다(사진 상단 오른쪽).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농산물품질관리원과 경북도가 이 마을의 사업 이행 실태를 점검했지만, 부실 운영이나 시설 방치 사례를 잡아내지 못했다.

경북도 농촌개발과 이시국 사무관은 “점검해야 할 시설이 많아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이 파악되면 군위군에 조치하겠다”고 했다.

홍석규 운영위원장은 “한밤마을 내 6개 동네마다 별도로 마을회관이 있어 활성화센터 이용이 떨어진다. 수십억 원을 들인 시설물을 내버려두는 것보다 어떻게든지 활용하는 것이 활성화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교원 신도들이 군위로 주소를 이전해 자녀 7∼8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등 지역에 도움을 주는 면도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열 군위군 안전관리과장은 “마을 운영위가 시설을 다른 곳에 돈을 받고 재위탁한 자체가 위반사항이다. 잘못된 점은 곧바로 고치겠다”면서 “활성화센터를 선교원으로 활용하는 부분도 단속해 바로잡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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