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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수도권의 크기는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숫자상 전국 인구의 48%, 지역생산액 48%, 제조업 인력 47%, 서비스업 인력 56%가 몰려있다. 또한, 우리나라 대학의 39%, 의료기관 50%, 예금액 68%, 승용차 49%, 공공기관 8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수도권이 경제와 교육, 금융 및 행정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집중이 현실적으로는 수치상 나타난 것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점이고, 더욱이 이러한 집중현상이 그동안 계속해서 심화하여 왔을 뿐 아니라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집중은 지금과 같은 남북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안보상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경제 및 사회 구조라는 점,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경북과 같은 지방은 지금의 현상을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참을 한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펴왔고, 그중에서도 입법을 통한 규제를 하고자 1982년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함으로써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발전을 꾸준히 도모하여 왔다. 

그런데도 수도권은 수도권 규제가 또 다른 역차별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든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고 시도하였지만, 그때마다 집권 여당이나 강성 야당의 반대와 비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의 견제로 무산되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또는 수도권 억제를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1982년 법률 제정 이후 58건이나 제출하였다. 최근에도 수도권 규제법 개정안이나 규제 완화법 개정안을 2016년 6월 이후 지금까지 무려 16건이나 집중적으로 발의하였고, 그 개정안 중 과밀부담금 납부에 관한 규정은 2016년 12월에 통과된 바 있다. 

특히 2017년 2월 이후 국회에 제출된 수도권 규제 또는 완화와 관련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6건에 이르고 있는데, 그중 2017년 5월 새로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에만 5건에 이르는 등 국회 법률안 시장 울타리 내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정종섭 의원 등 지방 소재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 주도로 수도권 억제를 더 철저히 하자고 하는 개정안도 있지만, 집권여당의 박정 의원 등 접경지역 관련 국회의원의 주도로 경기도 이북 접경지역에는 수도권규제를 완화하자고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도 있다. 

박정 의원의 개정안은 엄청나게 넓은 경제적 빈 공간인 접경지역에 공장과 인력을 강력하게 흡인시킬 수 있는 동인을 가진 입법안이라는 점에서, 그래서 대구·경북과 같은 비수도권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까지 참여하여 여야 공동발의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집권 여당은 2016년 5월에 제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과 함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수도권규제완화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하였다고 한다. 

이제 대구·경북은 지역 경제인과 언론,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수도권 규제 완화와 수도권 역차별 해소라는 화두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앙 정부를 상대로 설득하여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도 지방정부와 함께 법률안 개정과정에 깊숙이 개입하여 법률안 통과 시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담보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대구·경북은 야당 지방정부라고 멀뚱히 쳐다만 보지 말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에 수도권규제완화가 밀릴 경우에 대비해서 규제프리존법 제정과정에서 대구·경북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제도에 대한 대안을 앞장서서 발굴하여 이를 입법안에 반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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