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억 원이 투입된 지방자치단체의 한 사업이 부실 덩어리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니 충격적이다. 66억 원을 들인 군위 한밤마을의 시설이 애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거나 부실하게 운영됐다. 지자체의 사업을 위한 사업으로 예산 낭비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경북 지역의 사례는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와 남산리 일원 한밤마을에 지난 2012년 들어선 784㎡ 규모의 지역활성화센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사무실과 정보화실, 체육시설, 식당, 창고 등으로 사용하라며 21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일부 시설을 교회 선교원이 이용하고 있었다. 정보화실이라 이름 붙인 공간에는 컴퓨터 한 대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6억 원을 들여 동산천공원에 만든 인조잔디 축구장은 마을 사람들이 아닌 인근 펜션 이용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펜션 소유주가 연 300만 원을 주고 축구장을 이용하고 있다. 한밤마을 농가의 소득을 돕기 위해 1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농산물처리장(저장창고)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10억 원짜리 문화학교 역시 방문객이 거의 없다.

한밤고을권역 종합개발사업의 사정이 이러한 것은 원천적으로 사업주최 기관의 문제이지만 명백히 지자체의 관리·감독의 부실이 한몫을 했다. 지자체가 활성화 계획에 대해 추진실적을 꼼꼼히 평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경북도가 이 마을의 사업 이행 실태를 점검했지만, 눈뜬 장님처럼 스쳐지나갔다. 운영위원회 측이 “수십억 원을 들인 시설물을 내버려두는 것보다 어떻게든지 활용하는 것이 활성화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지만, 운영위가 시설을 다른 곳에 돈을 받고 재위탁한 자체는 법 위반사항이다.

농림부가 지난 2004년도부터 추진한 농촌발전사업의 결과가 이 정도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그동안 농촌 발전에 기대를 모았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주민 참여형 상향식 사업이다. 그러나 주민참여라기보다는 소수의 개발사업 전문가들의 비즈니스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한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지역의 특성과 잠재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뚜렷하고 세밀한 비전과 목표하에만 성공하는 사업일 것이다. 하루속히 탈바꿈해야 한다. 정부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사업이 목적대로 진행됐는지 철저한 검증을 벌여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