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의 시민들 피로 물든 곳 음악이 흐르는 관광명소로

테네시주 전쟁기념관 강당 모습. 미국 남부의 그리스라는 별칭에 걸맞게 그리스 풍의 건물이 분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글 싣는 순서

1. 포항의 현충시설과 문제점

2. 칠곡·영천 ‘낙동강 호국평화벨트 조성사업’

3. 부산 UN기념공원과 문화시설의 조화

4.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

- 음악과 함께하는 전쟁 기념관 강당

테네시주 전쟁기념관 강당에 세워진 한국전쟁 기념비.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1950년 6월 25일 기습적인 북한군의 남침에 서울을 점령당한 한국군은 남으로 남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파죽지세로 내려오는 북한군을 저지하고 반격의 교두보를 만든 곳은 낙동강 방어선이었다.

낙동강을 경계로 동쪽으로 넘어오는 적을 막고 칠곡 왜관을 중심으로 영천, 경주, 포항, 영덕에서 북쪽에서 쏟아져 오는 북한군의 공세를 막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도 낙동강 방어선을 따라 이날의 흔적이 경북 곳곳에 산재해 있다.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4대 정체성이 경북의 혼’이라는 김관용 경북도지자의 말처럼 전국 독립유공자 1만4천574명 가운데 경북지역 유공자가 2천125(14.6%)명이나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호국시설도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호국보훈의 행사에만 반짝하는 시설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6.25 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인 포항은 이후 해병대의 요람으로 거듭났지만 전쟁 추모 시설은 곳곳이 흩어진 데다 해병대 역사관마저 이들 추모시설과 단절돼 군사 호국 도시라는 아이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일보는 4차례 보도하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포항을 비롯한 경북도의 호국시설을 점검하고 칠곡, 영천 등 각 지자체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본다.

또 전쟁참전 역사를 세세히 남기고 이를 보존한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 시를 벤치마킹하고 부산 UN기념공원 활용도 확인한다.

평화로운 바이센테니얼 캐피톨 몰 주립공원과 언덕 위에 보이는 테네시 주 의사당 모습.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 음악 도시 테네시주 내슈빌. 그 자유를 위한 희생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3시간 걸려 도착한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을 경유해 다시 1시간 30분 간의 비행으로 도착한 곳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컨트리 음악의 도시’, ‘미국 남부의 아테네’라고 일컬어지며 한때 미국 음반의 대다수가 만들어지기도 문화의 도시다.

시내를 걷다 보면 라이브뮤직 술집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길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가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Music City’란 별칭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음악이 쏟아지는 도시지만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마음은 그 어느 곳 보다 높다.

특히 내슈빌은 테네시주의 주도지만 인구는 지난 2016년 기준 68만4천400여 명에 불과해 메모리얼파크 활용방안을 벤치마킹할 포항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테네시주 전쟁 기념관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몰추념광장.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테네시주 시민들을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 휴전선으로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 지도와 함께 세워져 있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희생한 시민 250여 명의 이름이 세워진 한국전쟁 기념비는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었다.

한국전쟁 기념비 맞은 편에는 베트남 참전용사 공원이 자리 잡았다.

1961년부터 1975년까지 4만9천여 명의 테네시주 시민이 참전해 6천여 명이 다치고 1천289명이 숨진 것을 기렸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기념광장을 지나면 테네시주 전쟁박물관이 눈길을 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당시 신문기사 ,군복, 포스터 등을 전시해 광범위한 세계대전 상황과 테네시군의 활약을 기록했다.

1898년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전쟁과 함께 싸운 필리핀 이슬람 모로족 전사 복장부터 태평양 전쟁,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테네시주 이름을 딴 함정 USS Tennessee의 활약까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외에도 시민들이 참전한 전쟁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려는 노력을 찾을 수 있었다.

테네시주 공연 예술 센터.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은 문화시설로 전쟁기념관 강당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 라이브 음악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전쟁 기념관 강당과 주변 문화시설

테네시주 전쟁 기념관 강당은 단순히 전쟁 기념비와 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 기념관 강당의 가장 핵심 활동은 라이브 음악 공연장이다.

전쟁 기념관은 1차 세계 대전에서 죽은 3천400명의 테네시주 시민을 기리는 의미로 1925년 지어졌다.

그 후 강당은 내슈빌 심포니와 그랜드 올 오프리 연주 무대로 92년 간 이어지며 한 시대 대중문화 역사의 일부가 됐다.

지금도 Nashville House 콘서트나 Adam Ant 공연 등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강당 주변 역시 문화 시설이 잘 갖춰져 공연을 보러온 이들이 전쟁 기념관 강당을 구경하기도 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도로를 마주 보고 세워진 테네시 공연 예술 센터는 도시 중심 극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데다 센터 2층이 전쟁기념강당으로 연결돼 상호보완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테네시주 박물관은 지역 아메리카 원주민 유물과 남북전쟁에 초점을 맞춘 흥미로운 전시를 이어갔고 일부 전시물은 내년 새롭게 개관할 신 테네시주 박물관에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는 콘서트 홀인 내슈빌·셔머혼 심포니 센터과 컨트리 뮤직 명예의 전당이 이목을 끌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애마 ‘골드 캐딜락’을 비롯해 당대 유명 가수들의 칵테일 드레스, 기타, 졸업 앨범 등과 기념물, 컨트리 음악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록 문서, 그리고 컨트리 음악재단의 방대한 소장 자료들이 전시됐다.

테네시주 의사당.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 시민들이 흘린 피를 기억하고 또 기록한다.

전쟁 기념관 강당 북쪽으로는 남부의 그리스라는 별칭에 걸 맞는 주 의사당이 자리 잡고 있다.

1845년부터 1877년까지 지어진 주 의사당은 엔지니어이자 건축가인 William Strickland 가 디자인을 한 미국 최초의 철 지붕 트러스로 건물 중 하나다.

주 의사당 건물은 1859년 완공됐고 1877년 정원 공사를 끝으로 완성된 의사당은 지금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관광의 명소로 변모했다.

물론 지금도 실제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행자들이 몇몇 사무실을 제외한 내부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

의사당 건물 주변에는 미국 제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 동상과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 동상이 세워졌다.

독립전쟁 후 테네시주 기초를 잡는 데 이바지한 앤드류 잭슨과 남북전쟁 후 패배한 남부연방 재건에 공을 세운 앤드류 존슨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의사당 북쪽으로는 의사당 정원과 직사각형 모양의 바이센테니얼 캐피톨 몰 주립공원이 펼쳐졌다.

사실 내슈빌은 남북전쟁 당시 치열했던 격전지로 승리한 북군에 의해 도시 대부분이 불타 없어진 비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주립공원을 따라 세워진 벽에는 테네시주 승격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테네시 주 역사를 빼곡히 적어 잃어버린 기록을 대신했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새겨진 기록 사이에서 뛰어노는 모습이야 말로 기념하고 기억하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6.25전쟁, 독립운동 등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히 추모를 위한 시설을 뛰어넘어 앞으로의 호국시설은 그분들이 무엇을 위해 희생했고 그런 희생으로 찾고자 했던 자유롭게 문화 생활, 아이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설이 아닐까.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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