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독립운동의 정신’과 그 이념인 ‘국민주권’을 한국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 연설을 통해 경상북도 안동의 임청각과 영양의 남자현 여사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해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 도구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이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만들었다”며 좌우(左右) 보혁(保革) 구도를 넘어선 통합가치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항일독립운동의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우리 동포들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촛불로 살아났다”며 지난해 박근혜 정부를 탄핵한 뿌리가 된 ‘촛불 시위’를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이라고 규정했다. ‘촛불 시위’를 독립운동 정신으로까지 언급한 것은 비약일 수도 있다는 반론이 나올만한 논쟁적 사안이지만 독립운동 정신을 이 나라의 정체성으로 삼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異議)를 달지 못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부동(不動)의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全)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등 독립지사들을 열거했다.

독립운동 정신을 이 나라 정체성으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경축식 연설 메시지를 환영한다. 역사의 사필귀정이니 당연하다. 오히려 만시지탄일 뿐이다. 독립운동 정신을 그동안 소 닭 보듯이 형식적으로만 대해온 전(前) 정부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민족적 과업임이 틀림없다.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임청각’ 남자현 여사 등 독립운동 정신의 중요성에 대해 그동안 본지는 누차 다뤄왔다. 경북이 주도한 독립운동 등 정신 자산을 한국의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기획특집을 보도했다. ‘경북, 정체성을 말한다’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8회에 걸쳐 연재했다.

‘신도청시대, 낙동강을 가다’ 연재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남자현 여사를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2015년 4월 10일 자 ‘수많은 문인과 독립열사 낳고 기른 생명의 젖줄).

“여성독립운동가 남자현(1872~ 1933)지사의 전설적인 투쟁담은 아직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다. 1933년 하얼빈의 거리에서 일경의 쏜 총탄에 쓰러진 그는 만주국 수립 1주년 행사 때 왜적 요인들을 몰살하려다가 일경에 검거됐다. 남편 김영주가 38년 전 의병으로 진보전투(1895)에서 전사할 때 입었던 핏자국이 묻은 군복을 그대로 걸친 대로. 1926년 만주 길림에서도 그는 독립투사들과 함께 사이토 마코토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한양 돈화문 일대에서 숨어서 기다렸으나 경호 강화로 제2의 안중근이 되고자 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역사의 주연과 조연’이란 제목으로 독립운동가 추산 권기일(1886~1920) 선생의 애국정신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추산은 경술국치 후 천석 부자의 종가 재산을 팔아 1911년 3월 식솔을 데리고 만주로 갔다. (중략) 추산은 1920년 8월 15일 일본군의 신흥무관학교 기습으로 최후의 일인으로 최후의 일각까지 항전하다 이역만리 만주 땅 길림성 통화현에서 서른여섯 청년의 뜨거운 몸으로 순국했다. 추산의 불꽃 같은 애국심은 몇 줄 글로서 어찌 다 말하겠는가”(2014년 10월 9일 자 ‘김정모의 시사토크’)

뜻 있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독립정신은 한국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기에 충분하다. 경상북도에서 피어난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불후의 정신적 자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계기로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경북도와 안동 영양 등 지방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지역사회의 의미 있는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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