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판매 중단으로 가격 상승 불가피···추석까지 이어질 듯
농축산식품부, 긴급대책 회의···후속 조치 점검·대책 논의

국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15일 오후 이마트 포항 이동점을 찾은 한 여성 고객이 ‘계란 판매를 중단한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고 있다.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m
유럽에 큰 충격을 준 ‘살충제 계란’ 파문이 국내에도 불어 닥쳤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에 이어 국산 계란에서도 맹독성 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면서 추석(10월 4일)을 앞두고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려 또 한 번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계란(30구·중품) 특란 평균 소매가는 7천59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상승했다.

전월(7천892원)과 비교하면 3.8% 하락했지만, 평년(5천552원)에 비해서는 36.8%나 여전히 비쌌다.

이처럼 계란 값이 아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산란계 8만 마리를 키우는 농가의 계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벨기에·네덜란드·독일·스웨덴·영국 등 유럽 국가에도 최근 유통된 계란에서 검출돼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킨 피프로닐은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데 쓰이는 살충제로 식용 목적의 가축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 광주에서 6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또 다른 농가 계란에서도 ‘비펜트린’이라는 농약 성분이 기준치(0.01㎎/㎏)를 초과해 검출됐다.
국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15일 오후 이마트 포항 이동점은 계란이 들어간 김밥과 샌드위치 등의 판매를 중단했다.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m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는 살충제인 비펜트린은 허용 기준치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5일 자정부터 모든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지시킨 것은 물론 3천마리 이상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모든 대형농장을 대상으로 17일까지, 나머지 소형 산란계 농가는 19일까지 전수 검사를 한 후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키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로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뿐 아니라 씨유(CU) 등 편의점도 15일부터 전국의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이날 찾은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도 이미 계란이 진열됐던 자리에 견과류와 채소류 등으로 바뀌었으며, 계란이 들어갔던 김밥과 샌드위치도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이들 유통업체는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계란 출하 중단 및 유통업체 판매 중단 등으로 당분간 계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다른 농가에서도 살충제 사용이 드러나면 그 여파가 장기화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계란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이 50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계란 한판(30구)당 1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AI 파문 직후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15일 오후 이마트 포항 이동점은 계란 판매를 중단함에 따라 그 자리에 채소를 진열했다.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m
최윤석 이마트 포항 이동점 파트장은 “15일부터 계란뿐 아니라 계란이 들어간 김밥이나 샌드위치·샐러드 등도 전면 판매를 중단했다”라면서 “정부 조사가 끝나고 출하만 재개되면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이 없을 듯하지만 계란 소비가 많은 추석이 다가오고 있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과 관련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및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수 검사와 계란 수급 등 대책 추진 관련 상황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이어 15일 제2차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산란계 농장 출하중지와 전수조사 등 후속 조치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책 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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