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쓸어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
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 송이로 부푼다

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
딱 한 번 울어서 넓히는 고요의 면적,
감잎들은 유정무정을 죄다 토설하고 있다

작년에 담가둔 송순주 한 잔에 생각나는 건
이런 정오, 멸치국수를 말아 소반에 내놓던
어머니의 소박한 고요를
윤기 나게 닦은 마루에 꼿꼿이 앉아 들던
아버지의 묵묵한 고요,

초록의 군림이 점점 더해지는
마당, 담장의 덩굴장미가 내쏘는 향기는
고요의 심장을 붉은 진동으로 물들인다


(후략)





감상) 그녀들이 스타벅스 2층 창가에 둘러앉았다. 창을 등지고 앉은 그녀가 자꾸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본다. 가로수 흔들리는 소리나 자동차들 경적 소리 시끄러워 거슬린다는 표정이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나는 그녀의 눈길만 따라다니다 그녀들의 손끝에서 무한정 풀려나오는 모음이나 자음 같은 것들을 본다. 우선은 고요부터 읽어보기로 한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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