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6개 농장 중 63곳 살충제 사용···친환경 인증 위배 농장 35곳
시민들 "허울 뿐 인증 배신감"

2017081700020085395.jpeg
▲ 난감한 농식품부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허태웅 식품정책실장(왼쪽)이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관련 브리핑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친환경 인증 달걀’에서 무더기로 살충제가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믿고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은 소비자들은 허울뿐인 ‘친환경 인증’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살충제 달걀 검사를 마친 876개 산란계 농장 중 친환경 인증 기준과 다르게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농장은 63곳이다.

이 중 일반 농장 기준으로도 판매가 금지될 정도로 살충제가 초과 검출된 농장이 28곳, 친환경 인증 기준만 위배한 농장은 35곳이다.

포항에서도 친환경 인증 농가 한 곳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허용기준치(0.014㎎/kg) 이하인 0.01㎎ 검출됐다

정부는 문제의 28개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은 전량 폐기 처분하지만 나머지 35곳에 대해서는 일반 달걀로 판매를 허용한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친환경 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 실시 요령 개정안’엔 “유기합성농약 또는 유기합성농약 성분이 함유된 것을 축사나 주변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위해서는 살충제와 같은 농약을 사용해선 안되고 이를 어길 경우 일반 달걀로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일반 달걀에 비해 비싸게 팔 수 있는 데다 정부 지원금까지 받는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됐다.

문제는 농식품부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소관 업무인 친환경 인증을 모든 현장 점검을 직접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민간인증기관의 손을 빌려 왔다는 것.

올해는 법 개정으로 아예 인증을 민간에 맡기고 연 2회 관리·감독만 하면서 민간인증기관은 39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했다.

이처럼 정부가 인증을 민간기관에 떠맡긴 채 관리를 엉터리로 하면서 농가의 살충제 사용 여부조차 몰랐고 살충제 달걀은 아무 제재 없이 국민들의 밥상에 올라왔다.

더구나 기준치 이하의 살충제가 검출된 친환경 인증 농가는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지만 3개월 후 다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증 시스템의 허술함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주부 이모(48)씨는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비싼 친환경 인증 달걀을 사 먹었는데 살충제가 검출됐다니 황당하기만 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64곳의 민간 인증 기관을 가능하면 통폐합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을 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