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군사적 해법은 없다. 그건 잊어버려라”고 말했다.

배넌은 이날 공개된 진보 성향 온라인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발 핵·탄도미사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을 일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CNN 방송과 워싱턴 이그재미너 등이 보도했다.

배넌은 “누군가 (전쟁 시작)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 시민 1천만 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 내게 보여줄 때까지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거듭 강조, 막대한 인명 피해를 군사 옵션 배제의 이유로 들었다.

이는 한반도 위기에 불을 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평가했다.

대신 배넌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배넌은 “그런 딜(거래)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이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 명령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대해선 “우리는 중국과 경제전쟁을 하는 중”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중국과의 경제전쟁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열광적으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계속 진다면 5년을 뒤처지게 된다. 내 생각에 10년이면 우리가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변곡점을 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스로를 ‘경제적 국수주의자’로 지칭한 배넌은 “우리 둘(미국과 중국) 중 하나는 25년이나 30년 안에 패권국(hegemon)이 된다. 우리가 이 길에서 쓰러진다면 그들이 패권을 잡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그들이 우리를 툭툭 치고 있지만 그건 단지 사이드쇼(sideshow)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에 대한 조사 착수는 단지 “첫걸음”에 불과하고, 향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덤핑 문제에 대한 제소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동료들과 좌충우돌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넌은 다른 보좌관들과 “매일 싸우는 중”이라며 갈등설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전 손턴(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국무부에서 쫓아낼 것”이라며 국무부와 국방부 동아시아 파트에 ‘매파’를 기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극우 성향인 ‘대안 우파’(alt-right)로 분류되는 배넌은 최근 논란이 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패배자들”, “비주류들” 등의 용어로 비난하며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창간한 배넌은 최근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시위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고 잘못된 조언을 한 것을 계기로 경질설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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