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복숭 나무에 어떤 열매는 붉고 어떤 열매는 파랗다

넌 누굴 닮아 그 모양이니?
그때마다 더 파래지곤 했다

어떤 이는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새를 날리고 장미를 꺼내지만
손바닥을 뒤집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신 그늘을 먼저 배우는 거랄까
그늘의 맛, 그러니

복숭이 간신히 내놓은 까슬한 뺨을
꾹꾹 눌러 확인하지 마라

여기까지 먼길,
파란 열매는 얼마나 가혹한 자책이겠느냐




감상)당신의 눈을 그렇게 오래 들여다보는 이유는 간혹 별로 고운 눈길이 아니라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그 눈길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당신을 맛보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의미. 당신이 새끼손가락으로 간장 한 번 쿡, 찍어 맛보듯 사소하게 달콤하게 진지하게 맛보아 주기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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