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누전될까 조마조마…대형재난 우려
'면허 반납'서 한발 물러나…백화점 유치에 집중

포항시외버스터미널 화재가 건물 노후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시설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새벽 화재 당시 터미널 2층에는 버스 운전기사 등 16명이 잠자고 있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초기에 발견돼 큰 사고를 막았다.

화재 현장은 대형 천막이 설치돼 출입이 통제됐지만, 내부 천장과 벽체 등 구조물 대부분이 타버린 탓에 수리가 불가피하다.

터미널 내 상인과 버스기사들은 “건물이 심각하게 낡아 불편한 데다 사고 위험마저 크다”며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한 상인은 “건물이 낡았다는 이유로 화재보험 가입도 번번이 거절당해 며칠 전처럼 비가 많이 올 때면 누전으로 불이 날까 조마조마하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시외버스 기사 김모(58)씨는 “지금 건물도 잘 고치면 수십 년은 충분히 쓸 수 있는 것 아니냐. 터미널 측이 먼저 안전 점검과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포항터미널 측은 여러 차례 개선 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행정으로 일관한 탓이라며 포항시에 화살을 돌렸다.

이승욱 ㈜포항터미널 이사는 “화재뿐만 아니라 지난해 경주 지진처럼 예측 불가능한 재해가 일어나면 대형피해가 불가피하다. 일반복합환승센터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만큼 한계에 달했는데, 시 행정은 따라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을 시한으로 두고 ‘면허 반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포항터미널은 한발 물러나 대기업 백화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복합환승센터 사업자 선정 탈락 당시 포항시가 주된 이유로 거론했던 만큼 백화점 유치에 성공하면 다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1~2개월가량 유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화재 사흘만인 지난 17일 터미널 측은 ‘건물 노후화에다 최근 화재로 인한 사고 위험이 우려되니 터미널 임시 부지를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경북도와 포항시에 각각 발송했다.

임종걸 ㈜포항터미널 대표이사는 “유통 상위 3개 업체를 대상으로 백화점 입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일 유치가 무산된다면 현재 터미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며 “복합환승센터 신축이든 현 건물의 개·보수든 대체 부지가 필요한 데다 화재로 인한 추가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임시부지 지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성곡리 이전 안과 상도동 개발안을 두고 골몰하는 모양새지만 노후 터미널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용객 수가 급감하는 데다 경북도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부정적 여론 등으로 선뜻 재정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며 “구미시 사례처럼 환경개선 명목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관계자는 오는 28일 개최되는 ‘2030 포항 도시기본계획 주민공청회’에 따라 향후 터미널 관련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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