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마당 가에 어미 닭이 갓 깨난 병아리들을 데리고 나왔다. 어미 닭은 연신 발톱으로 땅을 긁어대며 벌레들을 잡아먹고, 노란 솜털 같은 병아리들도 어미 닭을 따라 다니며 무언가를 쪼아 먹고 있다. 솔개 한 마리가 봄바람을 타고 빙빙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어미 닭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는 병아리들을 순식간에 날개 깃 사이로 몰아넣었다. 옛날 집집 마다 키우던 닭의 모습이다.

요즘은 닭을 이렇게 놓아 키우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계탕용 영계나 알을 낳는 산란계나 모두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한다. 삼계탕용 영계는 질병 예방을 위해 항생제가 범벅이 된 사료를 주고, 산란계는 A4용지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공간에서 환한 전기를 밝힌 채 기계처럼 알을 낳게 한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축산물 생산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이미 1960년대 초반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했다. 영국 작가 루스 해리슨이 쓴 ‘동물 기계(Animal machines)’란 책이 1964년 발간되면서 구체화 됐다. 해리슨은 꼼짝달싹 못하게 좁은 공장식 농장에서 단지 고기가 되기 위해 밀집 사육되는 소나 돼지, 닭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듬해 영국 정부는 농장동물복지위원회를 구성했다.

영국 동물복지위원회는 △배고픔과 갈증, 불량한 영양 상태, △불안과 스트레스 △정상적인 습성과 행동 △통증, 상해, 질병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등의 ‘동물 5대 자유’를 규정했다. 동물복지 정책은 동물도 ‘감각이 있는 존재(sentient beings)’라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유럽은 2001년 구제역 사태를 겪은 뒤 동물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EU는 2006년 가축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사용을 못하게 했다. 내년부터는 지나치게 비좁은 닭장, 임신한 돼지가 앉았다 일어서는 것 외엔 움직일 수 없는 ‘스톨 사육’을 전면 금지한다.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살충제 계란’으로 한바탕 난리다. 근본적인 대책은 ‘동물복지’라는 호사스런 말보다 동물을 좀 자유롭게 기르는 것이다. 경북에서 닭을 키우는 농장 9천 500여 곳 중 봉화와 영천 등에 복지형 농장이 8곳 있다고 한다. 정부 차원의 동물복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