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투서 접수···사실 확인 중"
"기초 확인단계"···수사 전환 촉각

박인규 대구은행장
박인규 DGB 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내사를 받고 있다.

박 행장의 연임을 막고 차기 은행장을 노리는 내부고발자의 투서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 이어 경찰에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일 것으로 가정하고 두 가지 가능성을 담은 추측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담은 투서가 8월 초에 들어왔고,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박 행장이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뒤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상품권깡’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경찰은 지난주 상품권 구매 부서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내사 단계를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등 혐의를 특정한 수사로 전환할 만큼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구은행 법인카드 구매 내역 확인이 급선무”라면서 “아직 기초확인 단계이고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수사로 바뀔지도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2014년 취임한 이후 지난 3월 2020년까지 연임에 성공한 박인규 행장은 친박근혜계 금융계 인사로 꼽히는데, 최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를 만나 용퇴의 뜻을 내비쳤다는 등 사퇴설이 나오고 있다. 투서에 따른 경찰 내사는 차기 은행장을 노리는 측의 박 행장 압박용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사퇴와 관련해 공식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다”면서 “경찰과 같은 내용의 투서를 접수한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일상감사를 하면서 진위를 조사했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과 경찰 투서자가 동일인이고, 내부고발자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금융계 관계자는 “박 행장이 연임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해외 지점 개설에 필요한 현지 로비자금 명목이라는 구체적인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박 행장이 떳떳하다면 하루빨리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은행 중간간부들의 비정규직 여직원 성희롱 사건 이후 경찰 내사까지 겹친 대구은행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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