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전설·역사 가득한 해안길…숨은 비경에 감탄
상생의 손 앞에 잠시 서 본다.
“어, 손이다. 엄마. 바다에서 거인 손이 자라고 있어.”
가족이랑 피서를 온 서너 살짜리 남자아이가 손가락으로 상생의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의 기발한 표현에 웃음이 터졌다. 바다에는 오른손이, 육지에는 왼손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도 많이 알려졌지만 화합을 원하는 손 조형물로도 유명하다. 새해 아침이면 거대한 손 앞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곳엔 전설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영덕 축산에 있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물살이 잔잔한 날을 택하여 돌다리를 놓기 시작한 마고할멈이야기부터 100여 년 전 일본 도쿄 수산강습소 실습선이 거친 파도에 좌초하면서 교관 1명과 학생 3명이 조난당한 사고도 있었다. 이후 수중 등대가 세워졌다. 실습선 조난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해방 후 훼손됐다가 1971년 재일교포가 다시 세웠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을 능지처참해서 시신에서 잘라낸 왼쪽 팔을 수장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앞 해안가엔 독수리 형상을 한 바위가 날개를 접은 모습으로 근엄하게 앉아 있다. 이 독수리 바위는 일몰 사진에 모델로 자주 나온다. 독수리에게도 날고 싶은 꿈이 있겠지. 앞으로 수십 년 더 풍화작용이 일어나 더 날렵해지고 더 가벼워지면 언젠가 바다 위로 날아올라 구만리에 전설 하나 더 전해질지 모르겠다.
해안을 따라 걸으면 보이는 모든 것이 전설이고 설화고 철학이고 역사다. 그래서 길 위에 서면 마음이 밝아지고 귀가 열리고 눈이 맑아진다. 그 맛에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모양이다. 마음에 담을 수 없는 것은 카메라에 담고 카메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글로 남긴다.
해파랑길 대부분은 동해안 국토종주 자전거 길과 연결되어 있다. 길이 늘 그랬듯이 오늘도 해안도로와 차도를 번갈아 걷는다. 알록달록한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갯바위 주변에서 보트 위에 올라타 물놀이를 하고 있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는 물안경을 쓰고 뜰채를 들고 물속을 노려보고 섰다. 햇볕에 탄 등판이 구이판처럼 달아올랐다.
해안 절벽엔 데크 길 공사가 한창이다. 이 코스가 호미곶 해안 둘레길 중 3코스인 ‘구룡소길’(6.5㎞)이다. 길이 빨리 완공되어 환상의 코스를 신나게 걷는 상상을 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대동배 보건소 앞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인도가 따로 없는 숲길이 이어졌다. 약간 오르막이라 숨이 차다. 인도가 따로 없고 큰 특색이 없는 야트막한 산이 양옆으로 이어져 약간 지루하다. 매미소리 들으며 약이 바짝 오른 것처럼 달아오른 아스팔트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흥환 간이 해수욕장은 휴가철이라 제법 붐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물 풍선 터지는 소리처럼 시원하고, 고기 굽는 냄새는 송림 사이로 퍼져나간다. 하늘 정원 펜션 앞에 서니 호미반도 둘레길 200미터 우회전 이정표가 보인다. 늦은 오후로 갈수록 하늘은 더 맑아지고 뭉게구름은 환상적이고 해초 냄새는 상큼하다. 하선대 펜션 매점에서 잠깐 쉰다. 스킨스쿠버 동호회 회원들이 평상에 모여 앉아 장비를 착용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 여행자를 위한 팁
△호미곶 해안 둘레길 소개
호미반도해안 둘레길은 한반도 지도에서 일명 호랑이꼬리 부분이다.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어 나와 있는 동해면과 구룡포, 호미곶, 장기면까지 해안선 58㎞를 연결하는 트레킹 로드이다. 해질녘이면 기암절벽 사이로 넘어가는 석양이 아름답다. 해가 지면 포스코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교통안내
△호미곶
대중교통: 시내에서 200번 좌석버스 승차·구룡포 종점(환승센타) 하차 후 호미곶행 버스 이 용 (40분 간격)
자가용 이용 : 시내에서 구룡포, 감포 방면 31번 국도 이용하여 구룡포읍내 진입 후 925번 지 방도 이용하여 대보방면으로 20분 정도 가다 보면 우측 해안에 위치.
△호미반도둘레길
티맵에서 계림횟집 검색(포항시 남구 동해면 입암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