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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

임솔아 등록일 2017년08월22일 16시22분  
빈손을 넣어
빈 주머니를 만지고 있다

뭐가 들어있어?
뭐가 들어있어.

한쪽 주머니 속에는
환하고 네모난 주머니가
마룻바닥에 떨어져 있다.

꾸질꾸질한 북실개가
주머니 안으로 슬금슬금 걸어 들어가서
가만히 엎드려 있다

조금씩 주머니는 이동하고
개도 함께 이동을 하고

(후략)




감상) 내 손을 잡았던 그는 손이 참 두껍군요, 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어색하고 민망해 그 주머니에서 나오고 싶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밤의 여름 바람이 불고 작은 풀들이 간간이 허리를 꺾었다. 나도 떨어진 뭔가를 줍는 것처럼 허리를 구부렸다 일어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보풀처럼 굴러서 다른 주머니로 이동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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