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의사 리처드 웨프는 음식을 가려 먹지 않으면 장수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무엇을 먹으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간단하지요. 먹어서는 안 되는 부집게, 삽, 부젓가락…이런 것은 소화에 곤란하니까요. 풀무도 좋지 않지요. 그것은 위 속에 들어가서 바람을 일으키니까요. 그러나 그 이외의 것이면 무엇을 먹어도 좋습니다. 

최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으로 온 나라가 난리 법석인 것을 보면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계란을 먹으면 마치 내일이라도 큰 병에 걸릴 듯이 호들갑을 떨어대더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주일이 지나서야 ”농약 성분인 피프로닐 성분이 든 계란을 매일 2.6개씩 평생을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식약처 발표대로라면 계란에서 검출된 다른 농약 성분인 비펜트린 계란은 하루 36.8개, 피리다벤은 555개 먹어도 문제가 없고, 에톡사졸 계란은 무려 4000개를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은 살충제 계란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는가.

우리가 웃돈을 주고 사먹은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정기준) 상품이 있다. 해썹은 위해요소 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다. 정부가 ‘해썹은 축산물과 식품의 생산, 유통에서 위생을 해칠 요인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이라 홍보했다. 이 때문에 이들 제품만 골라서 사 먹은 사람들은 농약 계란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아플 지경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전국의 산란계 농장 1239곳 중에서 57%나 되는 705개 농장이 해썹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썹은 식약처 산하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농가나 제조업체의 신청을 받아 서류검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인증한다. 그런데 살충제 오염이 드러난 전국 49곳 농장 중 29곳이 안전 먹을거리의 상징인 해썹 인증을 받았다니 완전히 엉터리 인증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 기관의 인증이나 몸에 좋다고 홍보하는 식품을 골라 먹기보다 리처드 웨프의 말처럼 뱃속에 들어가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 말고는 고루 맛있게 먹는 것이 건강, 특히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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