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jpg
▲ 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

병역의 의무를 마친 사람이면 한 번쯤은 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악몽을 꾸곤 한다. 아마도 힘들었던 군 생활을 거치며, 받았던 공포와 충격 때문에 생긴 병영 트라우마일 것이다.

작년 10월쯤 개그맨 김제동 씨의 아줌마 영창발언이 국정감사장에서 이슈가 됐던 적이 있었다. 별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회를 맡으면서 군사령관 사모님 호칭을 아주머니라고 하여 영창을 13일간 갔다고 하여 생긴 소동으로, 진위와 국감장에 증인 출석을 두고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김제동 씨는 증인출석 시 ‘감당할 수 있겠는가’의 발언으로 국민은 내심 기대를 했지만, 증인출석은 무산되었고 별 탈 없이 뉴스에서 사라졌다.

김제동 씨의 아줌마 발언이 새삼 떠오르게 된 것은 최근 뉴스로 도배되다시피 한 박찬주 대장 부인 공관병 갑질 논란 때문이다.

공관병의 정의는 국어사전에도 없다. 그러나 비속어인 ‘따까리’는 국어사전에서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표현해 공관병과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보통 연대장 이상 지휘관이 거주하는 공관의 심부름과 잡무를 담당하는 관리병을 일명 ‘따까리’라고 부르며, ‘따까리’라는 용어는 병역을 끝낸 남자라면 쉽게 알 수 있다.

공관병을 속되게 부르는 ‘따까리’는 그동안 묵시적 관례 속에서, 지휘관 개인의 부속 병으로 공관 내 공적 업무가 직무이다. 그런데도 공적 업무의 영역에서 일탈해 사적 업무에 동원되므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과 특히 공관병의 인권은, 지금까지 관례로 치부되어 거론되지 못하였고 무시되어 왔다.

이번 박찬주 대장 부인 공관병 갑질 논란은 일반 사회에서는 서서히 사라지는 악습이나 그릇된 문화들이, 여전히 군대에서는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직업군인 가족의 공관병에 대한 사노비화는 공적 업무와 사적 업무를 구분하지 못해 빚어진 우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악습인 갑질은 개인의 인격을 무시한 폐쇄적 문화이며, 일반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그릇된 폐습이다. 그런데도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의 군대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갑질의 논란은 용납하기 힘들며, 이번 사건이 군대 내 기득권층의 특권의식 때문으로 발생했다는 점은 매우 개탄스럽다.

돌이켜본다면 과거에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고 할지라도, 현실에서는 문제가 되며 용납되지 않은 사건들이 자주 발생한다. 그 이유는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 속에 모든 것들이 보조를 맞춰야 함은 순리이나, 과거의 이념이나 수구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변화하지 못해 빚어지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직 개인에 국한된 일이 아니며 공관병 갑질 논란은 그중 일부분일 것이다. 관례나 습관을 두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이 요즘을 두고 한 말과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거부하며 과거에 머물러있는 사고와 가치관의 정적 작용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는다.

‘정말 날로 새로워지려 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오래전 중국의 고전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위정자나 지배층에 있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며, 통치 지배력의 주도권을 국민이 가지는 지금, 변화를 추구하는 가치관의 동적 작용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말이다.

적폐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제도의 개선과 잘못된 문화나 악습을 개선하는 많은 뉴스를 보면서,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잘못된 관행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하는 많은 것들이 적폐이며, 적폐청산의 목적은 새로운 문화와 제도의 개선으로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