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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보위기 속 새 정부 첫 민방공훈련 현장 가보니

왱~ 사이렌 소리에 "지금 뭐하는데요?"

순회취재팀·정승훈 기자·정일훈 수습기자 등록일 2017년08월23일 18시22분  
민방공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통제요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멈춘 도로를 자전거를 탄 채 건너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23일 오후 2시 전국에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을지훈련과 연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20분간 진행된 것이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과 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기감이 한껏 오른 상태에서 진행된 새 정부의 첫 전체 국민 대상 훈련은 시민들의 동참이 부족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민방공 훈련 계획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의 안보 의식이 안일하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의 훈련 준비도 체계적이지는 못했다.



북한 전투기가 전국 40개 도시 상공에 침투한 공습상황에 대비해 대피소와 지하시설로 직접 대피하는 훈련이 이뤄진 이날 오후 2시 대구도시철도 2호선 수성구청역 앞. 딱 5분간 통제했는데도, 차량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기 바빴다.

수성구청과 범어2동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길 가던 주민들을 지하 역사로 대피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따르는 이들은 드물었다. 오히려 “지금 뭐하고 있느냐”며 반문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주민센터 공무원은 “민방공훈련 사실 자체를 모르는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안보 의식이 바닥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인숙(58·여)씨는 “폭염특보 문자메시지만 보낼 것이 아니라 민방공훈련 계획도 사전에 보내줘야 하지 않느냐”면서 정부를 탓했다.

중구 반월당네거리 삼성생명 앞 지하도 입구에서는 공습경보가 해제되는 2시 20분까지만 참으면 된다고 달래는 성내 2동 통장과 시민들이 전쟁 아닌 전쟁을 벌였다. 신경옥(57·여) 통장은 “신호봉을 흔들며 대피할 것을 설득했지만, 들어주는 시민이 거의 없었다”면서 “단 20분 조차도 통제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반월당역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이권찬(38)씨는 “차량은 5분만 통제하고, 시민들은 20분씩이나 통제하니 어이가 없었다. 실제 도심에 폭탄 등이 떨어지면 차량은 안전하다는 말이냐”면서 “통제를 하려면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방공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통제요원이 차량통행을 막아서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같은 시각 포항시청의 사정도 만만찮다.

3층 민원실에선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긴장감도 찾기 어려웠다. “20분간 훈련이 있으니 잠깐만 앉아 기다려달라”고 짧게 안내했을 뿐 대피나 훈련과 관련된 언급도 없었다.

이보다 10분 앞선 1시 50분께 “민방공 훈련이 실시되니 요원 안내에 따라 민원실 직원을 포함한 전 인원은 지하1층 주자창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직원들 중 이에 따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5~6명의 직원은 민원인과 마주 앉아 여권 발급과 갱신 등 업무를 계속하기도 했다.

2층 휴게공간에는 10여 명의 시민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눴다. 대피공간인 지하 1층 주차장 한 편에는 직원 150여 명 가량이 모인 가운데, 해병대 1사단 장병의 방독면 착용 시범 등이 진행됐지만 앞쪽 몇 줄을 빼고는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기 어려웠다. 익명을 원한 한 시민은 “북한이 미사일 쏘고 테러를 하려 한다는 데 이렇게도 태연한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것 같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또한 이번 훈련을 내실 있게 진행했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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