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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전쟁이 날 것 같으냐?”고 묻는다. 묻는 사람이나 질문을 받은 양쪽 모두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전쟁이 날 것이라고 확실하게 대답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딱 뿌질러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을 하는 사람도 없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정책만큼 애매한 표정들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이 실시된 첫날인 지난 21일 청와대서 미국 상하의원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 의원들과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캐럴린 멜로니 민주당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을 열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려는 문 대통령의 비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개성공단 재개 논의’ 보도가 있었던 다음날인 22일엔 유사시 한국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 태평양사령관,미군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등 미국의 핵심 군 수뇌부들이 평택 미군기지 내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3명의 미군 수뇌부가 동시에 방한해 북핵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 측에서 보고 있는 한반도 상황이 위중하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가 없다.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전운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징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 의회 상하원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서 “한반도에서 아주 제한적 범위의 군사적 옵션 실행도 남북군사 충돌로 이어져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내 외국인과 주한미군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반전평화(反戰平和)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반전평화 발언이 있은 직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아프가니스탄 전쟁 군사 불개입’을 깨트리고 미군 3천9백 명을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파병 조치는 당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강조하며 해외에서의 군사개입을 줄여나가는 고립주의 성향을 보였던 트럼프의 외교·안보 전략의 큰 틀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이런 큰 틀의 변화 속에 한반도에서의 군사옵션도 포함되었음을 볼 수 있는 단초가 이번 미군 수뇌부들의 한국 동시 방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성과와 많은 생명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쟁을 무서워하여 북한 김정은의 핵 협박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아니 된다. 강하게 나오는 상대에게는 강하게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은 적어도 전쟁을 할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하는데 모두 이런 마음가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설마 전쟁이야 나겠느냐”는 식의 안일한 자세들이다. 한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군사 옵션은 대한민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반전평화’ 원칙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쟁의 주체가 아니면서 ‘전쟁터’를 제공하는 상황이 될 때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되느냐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핵에 대비해 ‘반전평화’ 원칙과 함께 만약에 대비한 강력한 전투 의지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지도자가 강해야만 국민도 마음 놓고 생업에 충실할 수가 있다. 지도자가 갈팡질팡하면 국민은 불안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 문 대통령의 확고한 안보 의지를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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