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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잇따른 '유화 발언', 북미 접촉 신호인가

연합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8월24일 18시28분  
‘한반도 8월 위기설’까지 나도는 등 최고조에 달했던 북·미 간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그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면서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마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채택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도발 행위들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며 “북한 정권이 과거와는 달리 어느 정도 수준의 자제를 분명히 보여준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틸러슨은 또 “이것이 우리가 고대해왔던 신호의 시작이길 바란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화로 가는 길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수면 아래서 북미 간에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주목된다.

북한의 잇따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군사옵션을 경고하고, 이에 북한이 ‘괌 포위 사격’을 위협했던 2주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추가로 발표해 ‘투 트랙 전략’을 견지했지만, 방점은 제재보다는 대화 가능성에 찍힌 모양새다. 며칠 전만 해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 탑재 ICBM 완성 이전에 선제타격과 예방타격은 물론이고 예방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마저 미국에서 나온 위기국면이었음을 고려하면, 희미하지만 모처럼 조성되는 긴장 완화 조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미 간에 대좌를 위한 접촉 움직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양측은 이번 모멘텀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 멀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당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북한이 답을 할 차례다. 31일까지인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이어,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 69주년 기념일(9·9절)에 이르는 시기에 북한은 추가적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자제하고, 미국의 움직임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연례적 UFG 연습을 미국의 군사적 도발이라면서 “무자비한 보복과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의 담화는 대화 움직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작년 9·9절에 이어 올해 9·9절에도 핵실험 등 도발을 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는 무모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움직임이 실제로 가시화될 경우 우리 정부도 전향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엄존하는 만큼 북한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시나리오에 따라 군사안보 분야를 포함해 다각적 대응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길 바란다. 경계할 것은 한반도 운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이다.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완전히 개발하고 완성단계로 머지않아 가게 된다면 ‘게임체인저’나 ‘코리아 패싱’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23일 발언은 우리 정부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운신도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조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 문제를 협상이나 경제 지원을 받는 차원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나 한반도 통일 그런 문제로까지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말도 했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하고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봉남’ 또는 ‘코리아 패싱’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시기상조로 보이지만, 북·미 간 대화의 물꼬가 터져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등 한반도 운명과 관련된 본격 협의가 진행될 경우를 상정해 정부는 단계별로 동맹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 우리 입장과 국익이 온전히 반영되도록 더욱 철저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코리아 패싱’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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