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보여주지 않고 달아오르는 석탄난로
바깥에는 소리 없이 내리는 눈

철길 위의 기관차는 어깨를 들썩이며
철없이 철없이도 운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하는 거니?
울어야 네 슬픔으로 꼬인 내장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니?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단 한 번 목숨을 걸 때가 있다

침묵 속에도 뜨거운 혓바닥이 있고
저 내리는 헛것 같은 눈, 아무 것도 아닌 저것도 눈송이 하나 하나는
제각기 상처 덩어리다, 야물게 움켜 쥔 주먹이거나

(후략)





감상) 어제는 여름이었고 오늘은 가을이다. 여름 교복을 입은 남학생 옆으로 긴소매 셔츠를 걸쳐 입은 여학생이 서 있다. 누군가는 뜨겁거나 누군가는 쓸쓸한 날이다. 오래 바라본다 해서 다 사랑은 아니 듯 생각하지 않는다 하여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부질없었다, 후회하지 않아야한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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