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시절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리처드 롤리스는 한국 정부엔 ‘목 안의 가시’였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핵심 측근이며 한국어가 유창한 롤리스의 고압적 태도에 대해 말이 많았다. 롤리스는 새로 출범한 노무현 참여정부와의 주한미군 기지 이전 주요임무의 한국군 전환 등 한미동맹의 현안에 대해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과 회의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했다.

롤리스는 대통령 국방보좌관 김희상을 향해 말했다. “미국은 한국에서 미군이 1만2000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당신들이 그런 식으로 하면 동맹을 잃어버린다. 무슨 정책검토를 동맹국과 협의 없이 그렇게 하나” 미군 감축에 대해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에 뒤통수를 맞은 김 보좌관은 큰 소리로 반박했다.

김희상 보좌관의 보고를 받아본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은 착잡했다. 하필이면 자신의 집권 초기부터 미국이 연일 북한을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존재 자체를 흔들어대는데 대한 불만이었다. 2003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정밀폭격을 암시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기류를 타고 자주국방론이 대두, 전시작전권의 전환을 싸고 동맹파와 자주파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우리가 전작권을 거론하는 것은 미군 보고 나가라 소리와 같다. 지휘권 없는 미군이 무엇 때문에 머나먼 이국땅에 와 있겠나. 왜 우리가 먼저 미군이 본국으로 빠져나갈 빌미를 줘야 하나” 동맹파의 반발은 거셌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정부 시절 본격 추진돼 전환 시기가 2012년으로 합의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 2015년 12월로 연기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사실상 무기 연기됐던 전작권 전환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대두 되고 있다. 국방부가 최근 청와대에 전작권의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환 문제와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한미연합사 이동 문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외교안보 일선에 나선 자주파들의 돌출발언이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는 판에 전작권 전환 문제의 부상은 안보불안을 더욱 가중 시킬 것이다. 대통령은 진영논리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챙겨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