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

글로벌 IT기업인 애플이 ‘애플파크(apple park)’로 명명한 신사옥 입주를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애플파크는 축구장 700배의 부지에 잔디와 수천 그루의 나무로 꾸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우주선 모양 같다.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100% 활용하며 직원들을 위한 피트니스센터, 과수원, 풀밭, 연못이 있다고 한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딴 영화관도 있다. ‘우주선’, ‘도넛’, ‘애플캠퍼 스2’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명물이 됐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주거, 사무, 편의시설이 모두 있는 신사옥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구글, 도요타도 새로운 개념의 신사옥을 건설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은 사옥(社屋)을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라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친환경적인 사무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업무로 인한 피로를 덜 느끼고 일에 집중해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코라드)가 출범 8년여 만에 경주시 서악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지난달 이사를 마쳤다. 천연기념물 경주 개 ‘동경이’도 직원들과 함께 이사를 했다. 8월 30일에는 입주 기념식을 마련한다. 코라드 신사옥은 공원 같은 친환경 사옥을 지향했다. 옥상에 주변 경관에 어울리도록 잔디를 심고 산책로를 만들었다. 건물 주변에는 다양한 나무를 많이 심었다. 멀리서 보면 사무용 건물이 아니라 마치 공원 속에 자리 잡은 연구시설 같다. 사옥 앞으로는 넓은 들판 너머로 남산과 토함산이 펼쳐지고, 뒤로는 선도산과 송화산이 에워싸고 있다. 사옥 앞 흥무로는 경주에서 첫손에 꼽히는 벚꽃길이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인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고, 녹색 건축물 우수등급, 에너지 1등급 설계를 적용했다. 시간이 지나 새로 심은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지고, 잔디가 자리를 잡으면 코라드 사옥은 가장 친환경적인 경주의 새로운 명소인 ‘korad park’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코라드는 방사성폐기물 발생자와 처분관리자를 분리, 방사성폐기물을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방폐물관리 전담기관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은 사업개시 30여 년만인 2014년 1단계 사업을 완료해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고, 2단계 표층 처분장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추진되면 코라드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해체폐기물, 고준위방폐물 등 후행 핵 주기사업의 차질 없는 수행은 코라드가 풀어야 할 원자력의 가장 큰 현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코라드 주도로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산학연이 힘을 합해 개발해야 하고, 전문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코라드는 2005년 중저준위방폐장 부지선정, 2013년 사명 개정, 2014년 1단계 처분시설 사용승인까지 수많은 난관을 국민과 소통하며 헤쳐 왔다. 2011년에는 폐교(廢校)를 리모델링해 지방이전 공공기관 최초로 본사를 경주로 이전하고 중저준위 방폐장 안전 운영에 매진해 왔다. 어느 건축가는 “사람들이 사옥(社屋)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의 세계로 ‘로그인’ 해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가상 세계에 입장하듯 그 세상 안에서 모든 게 충족된다. 사옥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 세계로부터 ‘로그아웃’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korad park는 ‘안전을 넘어 국민이 행복한 미래’라는 코라드의 비전을 실천하는 공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고의 기술과 전문성, 투명한 소통, 국민의 신뢰, 혁신과 도전을 통해 국가적 책무인 안전한 방폐물관리라는 ‘옳은 길’을 향해 묵묵히 정진하는 코라드에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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