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이름은 불교의 근본 교리나 불교가 지향하는 이상, 또는 절이 자리한 산자락의 지명을 붙여 짓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특이한 절 이름을 가진 절이 있다. ‘이거사(移 옮길 이 車 수레 거 寺 절 사)’다. 운명을 미리 알고 지은 이름일까. 절에 있던 석조여래좌상이 기구한 운명으로 수레를 타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녀야 했다. 

이 불상은 일제 강점기 경주금융조합 이사로 있던 오히라(小平)가 사는 집 정원에 옮겨 놓았다. 1913년, 데라우치 조선총독이 경주를 둘러보던 중 이 불상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알고 오히라가 서울 데라우치 총독관저로 보냈다. 이후 불상은 1927년 경복궁에 새 총독관저(지금의 청와대)가 신축되자 그곳으로 옮겨졌다. 지금도 청와대 숲 속 침류각(枕流閣) 뒤의 샘터 위에 안치돼 있다. 

원래 이 불상이 있던 곳은 경주시 도지동 이거사 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어떤 학자는 삼국유사 탑상편에 나오는 ‘유덕사’가 이거사와 같은 절이라고 한다. 신라 태대각간 최유덕이 절을 지어 이거사라 부르다가 유덕사로 고쳐 불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이 불상의 출처가 경주 남산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한 기록이 있다. 이거사터는 성덕왕릉 북쪽에 있다는 것이다. 이 사찰의 존재가 삼국사기 신라본기 성덕왕 시대 기록에 나오기 때문이다. 성덕왕이 재위 35년(736)만에 죽자 “시호를 성덕(聖德)이라 하고 이거사(移車寺) 남쪽에 장사지냈다”는 내용이다. 이 부처상의 출처는 이처럼 확실하게 밝혀져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청와대에 이 불상을 제자리로 돌려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23일에는 경주시청에서 신라문화원·경주발전협의회 등 경주지역 문화·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를 떠난 지 105년 된 청와대 불상을 지역으로 돌려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출처가 명확한 문화재는 제자리로 돌려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청와대에 특정 종교의 상징인 불상이 있는 것 또한 어색한 것이다. 이왕이면 폐탑 부재들이 그대로 흩어져 있는 경주 도지동의 이거사지를 복원해서 그곳에 불상을 안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는 수레를 타고 멀고 먼 수난의 길을 돌아온 부처상의 회향 법회도 열어야 할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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