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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지난밤에 가을이 왔다. 가을은 여름의 뜨거운 시련을 견뎌낸 결실이다. 세상일도 어려움을 극복하면 행복이 찾아온다.

캄캄한 방에 등불을 켜면 어둠은 저절로 사라진다. 내 마음도,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어둡고 부정적인 마음과 세상의 부조리한 상황도 밝고 긍정적인 마음과 미래지향적인 공동선을 추구하면 절로 밝아지게 마련이다. 어둠과 씨름을 해봤자 미로를 헤매다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밝음이 어둠을 밝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최근 새 정부 들어 구체제의 부조리한 상황과 제도에 대한 ‘적폐청산’을 화두로 삼고 있다. ‘적폐청산’은 ‘공동선’ 추구에 목적을 두고 있어도 당장은 필연적으로 국민을 양분시킨다. 즉 ‘지키는 세력’과 ‘개선 세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권 초기엔 집권세력의 힘이 강해 제도개선 등 적폐청산을 어느 정도 진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움츠려 있던 적폐의 대상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청산돼야 할 적폐가 아니라 경제성장 주역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공로자임을 강조한다.

건국 초기 친일파를 배척하지 못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적폐는 시작됐음을 누구나 인식한다. 그 여파로 친일파는 득세하고 독립유공자는 해방 조국에서 우대는커녕 암울한 한평생을 살아왔다. 평생을 가족과 재산, 목숨까지도 바치며 평생을 조국독립에 투신했던 선조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제에 협력하고 심지어 독립투사를 투옥 시켰던 친일파들이 청산은커녕 되래 해방조국의 주역으로 등장했으니 그 참담함이야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억울하고 잘못된 관행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적폐 대상들을 단죄하고 싶은 맘 간절한 것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대다수 공감하고 있다. 적폐 책임자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명명백백 진실을 밝혀 역사 앞에 단죄해야 함은 마땅하다. 적폐는 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세월도 많이 흘렀다. 모질고 때론 희망이 함유된 세월을 지나왔다. 세월의 필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새 판을 짤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적폐청산은 단순히 책임자를 단죄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진실을 밝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적폐 대상자나 그들에게 수혜를 입은 사람들도 다 같은 국민이기 때문에 함께 행복해야 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반성은커녕 또다시 반전의 기회를 노려 적폐청산을 시도한 세력에게 위해를 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잘못을 밝히되 이제는 모두가 행복한 길을 가야 한다. 모두가 자신의 주장을 ‘옮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옮음의 통합’이 필요하다.

얼마 전 행복지수 1위라는 부탄을 여행했다. 표면적으로는 불행으로 비칠 가난한 나라였지만 내면은 평화로워 보였다. 전 인구 95%가 불교 신자인 부탄국민들은 현재의 삶은 전생의 업으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연함으로 받아들인다. 또 현재의 삶을 자비의 삶으로 승화시켜 다음 생의 행복을 보장받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인 생활관이 현실을 배척하지 않으며 만족하는 삶으로 연결돼 행복의 원천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제 대한민국도 지긋지긋한 적폐청산의 대결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정신적 담론을 마련해 내면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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