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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 금융지주 부사장
두 강물이 머리를 맞대듯이 만나 합쳐진 곳을 두물머리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兩水里)입니다.

북한강의 상류인 금강천이 금강산에서 출발하여 춘천 의암호에 닿으면 설악산에서 출발한 소양강과 만납니다. 그리고 남한강은 백두대간의 심산유곡에서 출발하여 태백, 평창, 정선과 영월, 단양을 거쳐 충주 탄금대에서 달천과 만납니다. 달천은 속리산에서 시작하여 충청북도의 곳곳을 누빕니다.

이 ‘두물머리’는 두(二) 강물이 만나는 곳을 칭하는 보통명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으레 알고 있는 양수리 말고도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영남지역의 젖줄인 낙동강에도 두물머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예천군 풍양면의 삼강주막은 두 물이 아니라 세(三) 물이 만나는 곳의 쉼터입니다. 문경의 금천과 소백산에서 출발한 내성천이 낙동강과 만납니다. 남쪽으로 흐른 낙동강이 대구지역의 금호강과 만나는 곳은 강정고령보 밑입니다.

또 전라북도 진안에서 시작한 금강은 대청호를 거쳐, 대둔산에서 대전을 지나온 갑천과 신탄진에서 만나 충청남도를 살핍니다.

이렇게 만난 물은 서로 다투지 않고 하나가 되어 바다로 향합니다.

물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도 만남의 연속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만남, 스승과 제자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등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만남으로, 삼국통일을 이룬 김춘추와 김유신의 만남과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류성룡과 이순신의 만남이 있습니다.

또 가문의 만남인 결혼은 이성지합(二姓之合)입니다.

제가 잘 아는 K형은 결혼을 준비하는 자녀의 배필과 아주 특이하게 만납니다. 그 첫 만남은 명산대찰의 법당에서 3천 배입니다. 예비신랑 신부와 K형 세 사람이 3천 배를 하는데 그 이유는 형식적인 혼인 서약이 아니라 배필을 평생 배려하고 아끼며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다짐을 몸으로 보이라는 뜻입니다. 예비신랑과 신부는 약 10시간 동안 3천 번 두 손을 모으고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대면서 다짐을 하고 K형은 두 사람의 다짐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이고, 마지막에는 거의 오기로 버티는 것일 테지요. 3천 배를 마치면 사전에 작성한 다짐서에 3천 배를 완료했다는 확인 해주고 축하금으로 신랑에게는 백만 원, 신부에게는 3백만 원을 주며 평생 간직할 증표를 본인들이 협의하여 마련하도록 한답니다. 또 가까운 강의 두물머리 현장을 찾아 물의 지혜를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결혼생활이 맑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니 궂은 날(?)이 생기면 다짐서나 기념 증표를 보면 봄눈처럼 녹고 밝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자식들의 거부감이 있었으나 결혼을 앞두고 평생 사랑하면서 지낼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 결혼을 허락할 것이며 아버지도 동참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형은 평소에도 아침저녁으로 지속해온 108배로 단련이 되었음에도 3천 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자식의 일이니 기쁜 마음으로 한다고 덧붙입니다.

사자와 소가 결혼을 했는데 사자는 소를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최고로 좋은 고기를, 소는 사자를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풀을 푸짐하게 준비했는데 결국 사자와 소는 이혼했다는 우화가 생각납니다.

사람의 삶에서는 여러 사람과의 만남이 끝없이 계속됩니다. 그 인연이 좋은 인연이 되려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곳곳, 그리고 생활 곳곳에 두물머리가 있습니다. 욕실의 샤워기도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두 물이 만납니다. 우리가 조정하기에 따라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삶의 모든 것은 둘 혹은 셋의 사이 어딘가로 조정해나가는 것이겠지요.

주위의 두물머리를 한번 찾아보면서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서로에게 상생(相生)의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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