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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어릴 때는 연탄으로 난방하며 밥도 해 먹었다. 현대는 세월이 좋아져 전기보일러에 전기밥통으로 스위치만 눌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한 세상에서 누리지만, 옛날에는 편하게 지내려면 연탄을 옮기고 갈아 넣는 것도 큰일이다. 추운 겨울에 벌벌 떨면서 연탄불 보느라고 교대로 잠도 설치는 힘든 시절을 겪었다.

연탄이 살아가는데 주 연료이기에 연탄을 캐는 광산과 광부도 많았다. 내 고향 상주도 탄광이 있었고, 이웃 문경은 경북에서는 최대, 전국에서도 손꼽는 탄광이 있어 국민의 연료를 공급하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연탄 성수기에는 문경시 소재지 점촌은 경기호황으로 유행전파가 대구 다음이다.

문경- 상주- 김천 경북선 철도에 흰 연기를 내 품고 달리는 증기 기관차가 석탄을 가득 싣고 서울, 대구, 부산으로 빈번하게 다녔다. 가파르게 오르막을 힘들게 오를 때는 ‘꽥’ 칙칙폭폭 하면서 달리는 정겨운 모습이다. 비행기 속력 신의 교통수단 KTX 등장에 사는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이야기다.

내가 어린 시절은 연탄으로 밥도 짓고, 뜨신 물도 먹고, 난방도 했다. 겨울철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용하다. 집안에 연탄가스에 중독되거나 안타깝게 요절하는 경우도 있어 생각하면 끔찍하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인 조국 근대화 시절, 충남 어느 지역에 탄광 갱도가 무너져 석탄채굴 하던 광부가 수십일 지하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질흙같이 어두운 땅속에 다행히 물이 있었기에 일주일 넘어 버티어 기적적으로 구출하는 장면의 기사가 장안에 화젯거리였다.

물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 노아의 방조는 엄청난 재앙이다. 그러나 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인간의 친구다. 사람은 누구나 몸속에도 70%가 물, 보물이다. 올여름 너무 더워 바깥에 다녀오면 냉장고를 열고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면 ‘꺽’ 소리가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분이 대박이다.

과거는 만나면 음료수나 커피나 차가 대세다. 요즘 볼일 보러 가면 ‘물들일까요?’ 한다. 열의 열이 ‘예’하며 마신다. 보약이 따로 없다. 땡 기면 보약이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물이 부족하다.

사용량은 폭주하고 한정된 양이기에 그렇다.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에서는 황토물로 마시고 목욕한다.

수돗물도 못 믿어 생수나 정수기 물을 먹는 우리나라 정말 삼천리금수강산이다. 물 틀어 놓고 샤워하고 펑펑 세차에 덥다고 도로에 물 뿌리는 대한민국 이제는 좀 아껴야 한다. 호주 연수 다녀온 딸 이야기다. 청정지역이고 아름다운 남반부 다 그럴 이유가 있다.

밤 10시에 가게 닫고 불을 끄고, 물은 용기에 담아 샤워했다며 환경훼손 안 하려고 애를 쓰고 자연을 사랑하는 호주다. 우리나라는 한밤에도 대낮처럼 휘황찬란한 불야성에 수도꼭지 틀어놓고 물 쓰는 한국. 전기와 물이 남아돌고 공짜로 펑펑 나오는가? 되묻고 싶다. 후대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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