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갖고도 왜 날지 않는지
세상이 피뢰침 끝인 걸 알았다면
어쩌면 너는 날아오르지 않았을까

팍, 신문 뭉치로 바퀴벌레를 내리찍었다

어디선가 만났을 나의 더듬이
팍, 뭉개진다

내장을 질질 흘리면서
뒤꽁무니에 악착같이 알집을 매달고서
바퀴가 굴러간다

집집마다 부패하며 시끌벅적해지며
집,이 굴러간다




감상) 날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결과 사람의 팔이 한 때는 날개였다는 것. 간혹 투신하는 사람들이 믿은 건 우리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숨어있다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바퀴가 날개가 날개인 줄 모르고 기어 다니듯 사람들 또한 날개를 가지고도 걸어 다닌 탓에 그 기능이 퇴화됐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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