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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다툰 학생의 교실을 찾아가고, 하급생에게 해당 학생을 찾아오라고 말하거나 혼내주겠다는 말을 했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할까.

직접 대면해 폭언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행동 때문에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꼈다면 학교폭력으로 판단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30일 A군(11) 어머니가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서면 사과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 5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A군에 대해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의 조치를 의결했으나, A군 부모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17일과 20일 있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결과에 따르면, 초등 5학년인 A군은 4학년인 동생이 3일 전에 반 친구와 다툰 일 때문에 부모님이 점심시간에 경찰관과 학교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점심시간 종료 20분쯤 전에 동생에게서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B군(10) 교실을 찾아가 “B군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20일 1교시 음악수업을 마친 후에도 교실을 찾아가 B군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물었다. 또 하급생에게 B군을 찾도록 시켰고, 화난 표정을 짓거나 “B군을 혼내주겠다”는 말도 했다. 당시 교실에 없었지만 친구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B군은 불안감을 느끼다 결국 조퇴까지 했다.

A군 어머니는 “혼을 내겠다고 말하거나 하급생을 시켜 피해 학생을 찾도록 한 적이 없어서 A군의 행위는 협박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학교폭력예방법상의 학교폭력에 해당 안돼 해당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군의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했다.

A군과 피해 학생 B군,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A군이 교실을 떠나지 않은 채 B군을 기다린 사실이 명백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B군과 동생이 속한 반에 직접 찾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B군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찾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A군이 교실에 머문 시간, 피해 학생을 타이르거나 동생이 맞을까봐 교실을 찾았다는 A군의 진술 등에 비춰보면 며칠 전 동생과 다퉜던 일에 대해 항의 또는 보복을 목적으로 교실을 찾아간 것으로 보여 A군과 어머니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군 역시 자신의 위협적인 언동이 피해 학생에게 동급생을 통해 그대로 전달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언어나 거동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약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충분하며,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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