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경제성·경량화·안전성·친환경성 월등

포스코가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기가스틸’을 개발, 미래소재로서의 철강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철강소재는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이면 단단하기 때문에 구부러지지 않아 여러가지 형태로 모양을 만드는 가공이 어려운데, 포스코는 강도와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이는 역설적인 ‘기가스틸’인 TWIP강, XF강을 개발한 것이다.

‘기가스틸’이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강판으로,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MPa(1기가파스칼) 이상이라는 의미에서‘기가스틸’로 이름지었다.

이는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에 10t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인장강도를 말하며, 가로 10㎝×세로 15㎝크기의 기가스틸에 1t가량인 준중형차 1천500대를 올려 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시장을 철강의 새로운 수요창출 산업으로 보고 오랜 시간동안 ‘더 강하고, 잘 구부러지는 철’개발에 주력해 온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기가스틸 상용화의 주인공이 되면서 철강 블루오션을 찾아낸 것이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8월 태국 CGL 준공식에서 “알루미늄이 새로운 자동차 소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경량화와 안전성을 모두 확보한 기가스틸은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며 자신감을 내보인 바 있다.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판매역사

포스코는 지난 1973년 현대기아차·대우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사에 열연코일을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 중반 이후 미국·일본의 자동차회사와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1992년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인 광양제철소 종합준공 이후 자동차강판 기술개발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 본격적인 자동차 강판 생산 및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약 900만t의 자동차 강판을 판매한 포스코는 전세계 자동차 강판의 약 10%를 점유하면서 세계 톱15 자동차사에 모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사가 됐다.

특히 지난해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25%를 차지한 것으로 이는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강판 생산·판매 철강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철강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르셀로미탈이나 일본의 NSSMC도 자동차강판의 판매비중이 10~15%에 불과하다.

철강제품중 가장 고부가가치 제품임과 동시에 향후에도 가장 판매 전망이 밝은 자동차 강판에서 포스코가 단연 선두에 서 있는 셈이다.





△규제강화로 높아지는 자동차경량화 요구와 기가스틸을 향한 포스코의 연구개발 노력

포스코는 창업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차강판 생산 기술개발에 나서 지난 2000년대 초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최고의 자동차강판 생산 제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한 끝 2003년 1월 자동차강재연구센터 문을 열였다.

자동차는 지난 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거쳐 2000년대 들어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장기적인 유가상승과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황 등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경량화에 대한 끊임없은 도전을 받았다.

특히 최근 대세화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차체경량화 요구도 높아지면서 ‘가볍고 튼튼한 차만들기’가 4차 산업시대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이 같은 환경변화로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고심도 차체 경량화에 쏠렸으며, 포스코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초고강도 철강소재 개발을 차세대 동력사업으로 꼽고 연구에 들어갔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강도와 가공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기가스틸인 트윕강(TWIP· TWinning Induced Plasticity)을 개발 성공으로 이어졌다.

트윕강은 충격 흡수가 탁월해 자동차의 앞뒤 범퍼빔 등에 적용시켜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켰으며, 가공성 역시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무려 2~9배나 높다.

트윕강 개발로 자신감을 얻은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또 다른 기가스틸인 XF강을 개발 및 상용화를 이뤄냈다.

XF강은 초고강도강으로 철강의 가공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연신율이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2~3배나 높고, 변형이 이뤄지기까지의 힘인 항복강도가 높아 충돌사고시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동차의 구조용 부품에 주로 사용될 수 있다.

포스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요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기가스틸 개발에도 성공, 현재 대표적인 품목만 5개 이른다.

① XF강

XF강은 차체 경량화를 목적으로 개발한 초고강도강으로 연신율이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2~3배나 높고, 항복강도가 높기 때문에 충돌시 잘 찌그러지지 않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동차의 구조용 부품에 주로 사용될 수 있다.

② TWIP강

트윕강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기가스틸로서, 강도와 가공성 모두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꿈의 강재’로 평가받고 있다.

강도는 1㎜² 당 100kg의 하중을 견디면서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가공성은 2~9배나 높다.

③ DP강

DP(Dual Phase)강은 항복강도가 좋아 실 사이드 멤버(sill side members)·시트 레일(seat rail)·보강재 등 주로 구조부품에 사용된다.

④ CP강

CP(Complex Phase)강은 각과 굴곡이 많은 부품을 만들거나 안전을 위한 차체 보강재로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고강도에도 불구하고 굽힘 가공성이 좋고, 항복강도가 높아 충격을 잘 이겨내야 하는 자동차 하부의 강화부품이나 가공이 경미한 보강재에 적용돼 대표적인 안전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⑤ HPF강

통상 철강재의 강도가 1.5GPa(1㎜² 당 150kg의 하중까지 견딤)보다 높아질 경우 가공이 매우 어려워지는데,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열처리 시 가공성을 높인 제품이 HPF강이다.

이 제품은 주로 측면 충돌 또는 전복 사고 시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해야 하는 센터 필러(center pillar·차의 기둥에 해당) 등에 적용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포스코가 유일하게 세계 최고강도 수준인 2GPa급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경제성·경량화·안전성, 친환경성에서 월등한 ‘기가스틸’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대비해 경제성·경량화·강도는 물론 재활용성·제품 생산시 상대적으로 낮은 CO²배출량 등 친환경성 측면에서도 월등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알루미늄 소재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가스틸’ 은 아주 높은 경제성을 가진 자동차소재다.

즉 기가스틸(DP980)과 알루미늄(AA5182)으로 차체를 생산할 경우 소재비는 3.5배, 가공비용은 2.1배 가량 차이나며, 차량 무게를 30% 경량할 경우 대당 재료비만 2배 넘게 차이난다는 게 포스코측의 설명이다.

또한 알루미늄 소재는 철강 소재와 달리 기존 용접방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특수 나사(리벳)나 기계적인 결합(물림) 등의 특별한 공정을 거쳐야 해 대당 비용이 200여만원 더 추가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경량화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보다 1/3정도로 작아 자동차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강도는 철강 소재보다 많이 낮기 때문에, 포스코 ‘기가스틸’ 을 적용할 경우 알루미늄 소재보다 3분의 1이하로 얇으면서 강도는 더 높인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중형차의 무게는 통상 1천500㎏~1천600kg중 차체중량만 280㎏~300㎏에 달했으나 지난 2004년부터 고강도강 사용이 확대되면서 차체중량을 240~250kg까지 줄였으며, 알루미늄 소재적용 확도로 약220㎏까지 줄어들었다.

포스코는 그동안 알루미늄보다 더욱 안전하고 가벼운 차체 구현을 위해 기가스틸 개발에 주력한 끝에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한 ‘PBC-EV’차체에 이를 적용해 경량 철강소재로서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시켰다.

PBC-EV는 국제자동차안전표준에 포함된 7가지 충격시험과 4가지 강성시험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돼 경량화와 안전성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는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신차평가제도(NCAP)의 안전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이다.

기가스틸의 또다른 자랑은 친환경성이다.

철은 자동차 생산의 전통적인 소재로 가공성·용접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며, 도금을 통해 녹발생 방지를 쉽게 할 수도 있어 자동차 제작에 있어 최적의 소재이자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재료이기도 하다.

세계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kg의 소재를 생산할 때 탄소배출량은 철은 2.0~2.5kg인데 비해 알루미늄은 11~12.6 kg으로 5배가 넘게 차이난다.

자동차로 생산된 이후에도 제품의 수명주기를 감안한 누적 온실가스의 배출 또한 약 10% 가량 적어 철강제품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 더욱 친환경적이다.

포스코는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의 사용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알루미늄보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데다 기능적으로도 우수한 ‘기가스틸’을 기반으로한 디자인 및 부품설계까지 포함하는 토털솔루션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철강은 인류와 가장 가까운 소재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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