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아베 총리하고만 통화를 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두 번째 발사한 지 이틀 뒤인 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아베와 52분 동안 통화를 했으나 당시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는 없었다.

트럼프는 이번 달 7일에야 문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시간상으로 미사일 발사의 대치 상황과는 거리가 먼 시간대였다.

북한이 며칠 전인 지난 29일 오전 5시 57분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또 발사하자 트럼프는 발사 직후 아베 총리와 40분간 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올해 들어 아베와 북핵에 대해 9차례나 통화를 했으나 문 대통령과는 2차례에 그쳤다. 트럼프는 이날도 문 대통령과의 통화는 없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확고한 미·일 동맹 아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전력을 쏟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왜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이며 북한 미사일의 최대 피해국일 가능성이 큰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빼 버리고 미사일만 발사되면 아베 총리만 찾는 저의를 알 수가 없다. 소위 ‘문재인 패스’를 한 것일까.

일본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최고의 경계 상황에 들어갔다. 북한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쏜 지 5분 만에 일본 정부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과 긴급정보네트워크시스템(앰넷)을 통해 국민에게 미사일 발사의 상황을 긴급하게 알렸다. 또 주요 방송에서도 ‘국민 보호와 관련된 정보’라며 같은 내용을 연속해 내보냈다. 각 지방자치센터는 주민들에게 긴급히 대피시설을 알리고 일부 학교는 휴교하고 신칸센을 포함해 모든 열차의 운행이 30분간 중단되는 등 우리의 경계태세와는 판이한 상황인식을 보였다.

아베 총리도 이날 오전 3차례에 걸쳐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상황보고를 하고 상황에 대한 진두지휘를 직접 했다.

동 시간대에 우리 정부는 어떤 조처를 취했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제로 NSC를 열고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엔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미사일이 발사된 지 3시간 후에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등과 대책회의를 가지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곧이어 가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 임명식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밝혀 당분간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이 불가피하지만, 전략적 목표인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원칙에는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김정은은 이를 비웃듯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4개월 동안 7차례 9발의 미사일을 쏘아댔다. 이 중 2차례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고각 발사였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강경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말한 데서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마다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을 빼버리고 아베 총리와만 긴급통화를 하게 되면 ‘군사 옵션’ 등 자칫 긴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코리아 패싱’을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천둥이 잦으면 폭우가 쏟아진다는 옛말이 새삼 두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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