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든 예림이를 오후에 깨운다
물고 있던 사탕이 사라져 버린 입속
자두 향 가득한
예림이의 하품엔 색깔이 없다
어딜 보니 너
예림이는 자주 창밖에 있다
쟤는 잘 때 눈도 안 감고
숨을 안 쉬어요
엘리제, 어디에도 없는 엘리제를 위하여
예림이의 잠을 멀리 데려가는 종소리
자두나무가 누워 버린 잠 속으로
쓰레기를 던지며
틴트를 바르는 웃음들
고데기로 앞머리를 구부리며
식판에 남은 국물을 교복에 붓는 반팔의 그림자들
등 뒤에 붙인 포스트잇의 낙서
저를 깨우지 마세요
이 교실에 예림이가 보지 않은 바닥은 없다
눈을 감고 구겨져 뒹구는 털들을 본다
어딜 보니 너




감상) 나는 뿔이 세 개다. 다듬지 않아도 가지런한 수염이 자라고 머리카락은 무지개보다도 화려하다. 벽을 뚫을 줄 아는 시력과 지구 반대편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다. 나는 나를 볼 줄 알고 거울 앞에 서지 않아도 머리를 잘 빗을 수 있다 다만 내 뿔이 누군가를 찌르지 않을까 초조해하다 잠이 깨곤한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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