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우세한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하는 전략을 비대칭 전략이라 한다. 20세기 최고 명장으로 평가받는 베트남 보응우옌잡 장군은 비대칭 전략가로 유명하다. 보응우옌잡 장군은 초강대국 프랑스와 미국에 맞서 벌인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이겨 ‘붉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1941년부터 베트민(월맹)군을 이끌고 혁혁한 전과를 거뒀다. 1954년, 프랑스군은 베트민의 전략기지 디엔비엔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패배하고 철군했다. 보응우옌잡은 1968년 1월, 병력 8만여 명을 동원해 남베트남 전역에서 미군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가 전세를 바꾼다. 이른바 ‘구정(舊正)공세’다. 전투 과정에서 북베트남군 4만여 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 전투를 계기로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확산하면서 베트남전 승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끈 보응우옌잡 장군의 ‘3불(不) 전략’을 많은 북한군 장교들이 공부한다고 한다. ‘적이 원하는 시간, 적이 좋아하는 장소, 적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도 도발을 한다면 우리 군이 생각하지 못한 시기와 장소를 선택할 것이다.

그간 우리 군은 북한이 생화학무기, 장사정포, 땅굴, 무인비행기, 전략시설 전산망 해킹,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제 전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 우리 군이 비대칭 전략을 구사해야 할 지경이 됐다. 군은 그간 다양한 전쟁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워 게임)을 수십 차례 해서 늘 이겼다고 했지만 일거에 상황이 역전됐다.

4일 전격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놓고 설전을 벌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화론에서 강경론으로 돌아선 한국은 미국의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외교적 노력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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