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 차단효과’ vs ‘부동산 시장 위축’ 의견분분
8·2대책 후속조치···분양권·대출 등 ‘19종 규제’ 적용

천정부지로 집 값이 치솟던 대구 수성구가 결국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부동산업계와 행정당국은 투기세력 등에 따른 과도한 열기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8.2 대책 후속조치로 5일 대구 수성구와 성남 분당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는 국지적인 가격불안이 지속되는데 따른 것으로 수성구는 8·2 대책이 나온 지난달 풍선효과 등으로 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41%로 분당(2.10%)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또, 국토부가 재건축 추진 활성화로 집값이 불안하다고 지목한 범어동은 얼마 전 자율형 사립고인 경신고등학교가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자 주위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6일부터 지정 효력 발생)으로 수성구에서는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권 전매제한 등 조치가 따른다.

당장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줄어드는 등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이처럼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자 부동산 중개업소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빨리 결정이 되면서 당분간은 매매 수요가 확 줄면서 거래가 끊기는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조치에 공감을 표하는 곳도 많다.

대구 최고 집 값을 감당하지 못해 수성구에서 전세로 사는 시민들은 내 집 마련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어동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범어동 선호 지역은 최근 두 달 새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지금 매물 자체가 없어 거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며 “이번 조치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수성구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지역은 37곳에 이른다.

재건축이 시행 중이 6곳이고 조합인가가 난 것이 7곳,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거나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지역이 24곳이다.

수년 전 경기 침체로 주춤했던 재개발 분위기가 최근 되살아난 곳도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정비사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수성구 일부 지역 아파트 과열이 있었으나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지만 이제는 대출규제나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투기세력을 차단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아파트 분양시장 과열과 관련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적게 적는 다운계약서 작성 등 위법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최근 분양한 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매 실거래가 신고자료를 조사하는 중이다.

대구시는 이번 조치로 투기 세력은 잡을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은 물론 재건축·재개발 시장 위축으로 건설 경기 침체를 우려하면서 원활한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행정 지원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관련해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단기적으로 투기세력은 차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부족(분양 중단)으로 집 값 상승을 부채질 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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