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씨가 나란히 담긴 흑백사진[김승필씨 제공]
“진실이 밝혀져서 감격스럽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실제 모델인 김사복 씨의 아들 승필(59) 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줄 알았다”면서 “아들 된 도리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날 아버지와 위르겐 힌츠페터가 함께 찍은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고, 영화 제작사 측은 이날 독일에 있는 힌츠페터의 부인을 통해 힌츠페터의 사진이 맞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승필 씨는 ‘택시운전사’가 개봉된 이후 김사복 씨의 아들임을 주장했으나, 그의 말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동안 아버님의 유품 속에서 사진을 다 찾았는데, 힌츠페터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따로 정리해둔 아버님 앨범을 일반 책으로 착각하고, 그동안 열어보지 못한 탓이죠. 그러다 아내가 그 앨범을 떠올리면서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승필 씨에 따르면 김사복 씨는 팔레스 호텔에서 2대의 호텔 택시를 운영하면서 외신기자들을 주로 상대했다.

“아버님이 외신기자들의 스케줄을 일주일, 혹은 보름치를 미리 받았죠. 그래서 그 스케줄 전에 당시 이슈들을 미리 점검하고, 외신기자들에게 당시 시국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을 정도였습니다. 아버님은 단순히 운전사가 아니라 가이드, 평론가 역할까지 하셨던 분입니다.”
▲ ‘힌츠페터와 김사복’ 사진 공개(연합) 영화 ‘택시운전사’ 속 독일기자와 택시기사의 실존인물인 위르겐 힌츠페터(왼쪽)와 김사복(오른쪽)을 나란히 담은 흑백사진이 5일 공개됐다.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김승필씨는 자신을 김사복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부친의 유해를 힌츠페터 추모비가 마련된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으로 옮기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1980년 5월 광주로 가기 전에 힌츠페터가 민중운동가 함석헌 선생을 인터뷰할 때 동행해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승필 씨는 밝혔다.

김사복 씨는 암 투병을 하다가 1984년 5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아버님은 인품이 좋으셔서 가족들에게 근심거리를 던져주는 경우가 거의 없으셨죠. 그러나 5·18 광주에 다녀오신 뒤에는 가족들에게도 울분을 토하셨어요. 당시 22살이던 저에게도 광주에서 벌어진 잔혹한 일들을 설명하시면서 같은 민족끼리 어떻게 서로 죽일 수 있느냐고 했죠. 당시 간 경화를 앓았던 아버님은 광주에서 잔혹사를 직접 목격하신 뒤 술을 다시 드시기 시작했고, 결국 건강이 나빠지셨습니다.”

승필 씨는 아버지가 힌츠페터 추모비가 마련된 망월동 5·18 옛 묘역에 안장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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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택시. [광주디자인센터 제공=연합뉴스]

“영화에서 나왔듯이 아버님은 당시 광주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광주로 가셨어요. 아버지의 소신이 담긴 것이었죠. 아버지의 그런 마음이 단발성으로 끝나기보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옛 묘역에 안장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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